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랑코끼리 이정아 Jun 28. 2023

숫자에 불과하다는 나이, 그 숫자 2가 적어졌다.


2023년 6월 28일

오늘부로 대한민국 전 국민의 나이가 두 살씩 줄어들었다. 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줄여줬다.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라는 유행가 가사가 공감될 나이가 되고부터 내 나이의 숫자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래! 나이는 해마다 한 살씩 더해지는 숫자일 뿐, 마음이 진짜야' 그렇게 마음먹게 되던 때는 아마도 갱년기가 시작되던 즈음이었다. 시점부터 내 나이는 숫자가 아닌  마음이었고, 그때부터 나이 숫자는 헤아리기 꺼려졌고, 숫자를 따지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가끔 내 나이가 헷갈릴 때가 있었다. 쉰여섯인지, 일곱인지 아니면 여덟인지를 몰라서 혼란해질 때가 있었다. 그럴 때는 작은딸의 나이를 물어본다. 67년 생인 나와 97년 생 작은딸의 나이는 뒷 숫자가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깨우치게 된 2023년의 내 나이는 쉰일곱 살, 57세였다.


그런데 오늘부터 내 나이는 쉰다섯 살, 55세가 된다고 한다.


숫자에 불과하다고 믿고 싶었던 나이가 두 살이나 줄고 보니, 나이는 결코 숫자에 불과하지만은 않았다고 느끼게 된다. 저절로 그 숫자가 2씩이나 적어지니까 2년이라는 시간이 나에게 선물로 온 것만 같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공감했지만, 마음이 진짜라고 세뇌하고 있었지만 두 살이나 줄어들고 보니, 숫자 2가 마이너스가 되고 보니 괜히 기분이 좋다.


57이라고 할 때는 곧 60이라는 생각에 우울했는데 55라고 하니까 아직은 50대가 한참 남았다는 생각에 위안이 된다.


나이는 숫자이지만 그 숫자가 마음을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이지만 그 숫자가 마음을 드리고 있었다.


오늘 나는 2년이라는 마음의 선물을 받게 되었다. 내 인생이 2년이 늘어난 것만 같다. 마음의 2년, 그 두 살을 어떻게 더 잘 살아볼까 궁리하게 된다.


2023년 6월 28일, 나는 두 살이 줄어든, 2가 적어진 쉰다섯 살, 55세가 된 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백인은 영어를 잘할 것이라는 편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