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노랑코끼리 이정아
Aug 30. 2023
인도 비자도 나왔고, 비행기 티켓팅도 해놨고, 슬슬 인도에 다시 갈 준비를 시작했다.
남편이 아파트도 구해 놓았고, 가전제품, 가구, 집기들도 대충 갖춰뒀다고 해서 이삿짐 컨테이너는 띄우지 않아도 되었다. 시내에 제대로 된 한국 식료품 가게도 생겼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사가 아닌 여행자의 짐을 꾸리면 되겠다는 마음으로 여행가방 2개를 펼쳤다.
지난 11년 동안 한국, 인도를 오가며 무거운 수화물을 들고 다니는 일이 무엇보다 힘들고 싫었던 기억 때문인지 두 번째 인도살이는 그런 부담에서 자유롭고 싶었다. 이제는 가볍게 오가기로 다짐을 했다.
그런데 그 다짐은 짐을 챙기면서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기본양념류는 챙겨가야 하지 않을까? 남편 좋아하는 고추부각도, 한우 국거리도, 어묵, 훈제오리도 얼려서 가져가야 하지 않을까? 젓갈도 조금, 깻잎김치도 조금 넣어야겠지? 김밥재료, 삼계탕 재료, 커피믹스도 챙겨야겠지? 떡갈비, 불고기도 조금씩 얼려서 가져갈래.
줄줄이 사탕도 아니고 자꾸자꾸 식료품이 늘어서 아이스박스가 가득 채워졌다.
여름옷 몇 벌, 내 화장품, 영양제, 신발은 한 개만, 천가방만 한 개, 오히려 내 물건은 여행 가듯이 가벼워졌는데 식품류가 자꾸 늘어갔다.
그렇게 또 싸고 지고 공항으로 향했다.
집에서 허리가 휘도록 가방무게를 재고, 또 쟀는데 기내용 무게 초과라고 했다. 다행히 수화물은 인도로 환승하는 경우에는 2kg 추가가 가능하다고 했다. 인도의 열악한 환경을 감안해 주는 것 같았다.
공항 바닥에 가방 두 개를 펼쳐서 기내용에서 수화물 가방으로 물건들을 옮기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예전에 간혹 보던 이상했던 그 모습을 내가 하고 있었다. 펼쳐놓은 가방 속의 물건들은 내가 여행을 가는 것이 아님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오가는 여행객의 구경거리가 되었다. 창피하지도 않았다. 인도는 그런 나라이기 때문이다. 인도에 가는 가방은 그래야 했기 때문이다.
가볍게 여행가방 챙겨서 가려던 인도는 마음과 달리 이민자의 가방을 끌어안고 오게 되었다.
인도에 도착한 지 일주일이 지나고 있다. 그렇게 짐과 사투를 벌이며 들고 왔지만 늘 그랬듯이 펼쳐서 정리해 놓은 한국 식품은 먹을 것도 별로 없고, 식품을 늘이면서 자꾸만 줄인 내 옷은 몇 개 되지 않아서 한국에 넘치는 여름옷을 여기서 또 사 입어야 만 될 것 같다.
인도살이는 사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하고, 한국에 오갈 때마다 무거운 짐가방을 들고 다니는 수고로움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가 늘 그리웠고, 도착한 인도는 여전히 마음이 편안해지는, 나에게는 특별한 나라이다. 잠시 한국에 다녀온 듯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두 번째 살아보는 인도, 잘 살아보기로 다짐해 본다.
다음에 한국에 갔다 올 때는 여행가방처럼 가볍게 들고 오자는, 실행이 안될 다짐을 또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