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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코끼리 이정아 Sep 02. 2023

온라인 세상에 정이 넘친다.

3년 8개월 만에 다시 인도에 왔다.

인도 주재원 남편을 따라와서 11년 동안이나 살았던 인도이다. 한국에서 코로나 시대를 보내고 다시 인도 발령이 났다. 갑작스러운 일이어서 남편만 급하게 들어왔고, 한국집 이사 계획과 다른 일들이 있어서 정리를 하고 오느라 남편 출국 5개월 뒤에나 나도 따라 들어오게 되었다.


가족, 지인들과 이별의 식사를 염치없이 또 여러 번 하고 잘 다녀오마 인사를 하고 떠난 한국이다.

인도에서 살던 11년 동안 귀국, 출국을 할 때마다 사람들의 덕담과 서운한 마음을 전해받았고, 오히려 너무 잦은 이별이 굳은살처럼 단단한 마음이 되어갔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사실 그런가 보다 싶은 마음이 서로에게 있었다.

'잘 살고 왔던 나라이니, 또 잘 살고 오겠지'라는 같은 마음이 있었다.


얼굴 보고 지내는 가족, 친지, 지인들과는 서로 그런가 보다가 되었고, 너무 관심받는 일을 부담스러워하는 성격이라 오히려 담백한 그들의 인사말이 편하고 좋았다.


그런데 살가운 표현을 잘 못하고, 잘 못 받는 나에게 복병이 나타났다.

서로 일면식도 없는 온라인상의 블로그 친구들의 서운한 마음들이 댓글로 전해졌다. 서운하다, 건강하게 잘 지내다 와라, 가더라도 소식은 자주 전해라. 여러 개의 하트 이모티콘과 함께 가족보다 더, 친한 친구들만큼이나, 이별의 인사를 진하게 전했다.


따지고 보면 블로그 친구들은 내가 한국에 있으나 인도에 있으나 그 관계가 달라질 것은 없는 사이이다. 여전히 온라인상에서 댓글과 답글로 소통하는 사이로 남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멀리 인도로 떠나는 나에게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서운한 감정을 전했다. 못 만날까 봐 염려했다.


로는 얼굴을 대면하고 지내는 사이보다 SNS 친구들이 더 편할 때가 있다. 어쩌면 서로 깊숙이 아는 사이가 아닌 이유로 더 살갑고 더 표현을 짙게 하게는 것 같다. 그래서 지인들의 인사말만큼, 어쩌면 그 보다 더 고마운 마음을 전해받는다. 서로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사이가 그래서 더 편할 때가 있다.


나는 10여 년 동안 인도를 오가면서 잘 다녀오라는 송별의 인사를 수도 없이 받아왔다. 너무 잦아서 그 인사의 말에 무뎌져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다시 오게 된 인도, 예상 못했던 출국, 얼굴도 모르는 블로그 친구들의 진심 어린 걱정과 서운함이 댓글에 가득 묻어나서 마음 가득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무뎌져있는 이별의 감정이 섭섭함과 염려라는 것을 온몸으로 다시 느끼게 되었다.


인도에 왔다.

송별의 인사를 주고받은 일이 무색하게 블로 친구들은 한국에 있을 때와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여전히 서로 만난 적은 없지만 댓글과 답글로 대화하며, 조용히 하트 하나 남기는 것으로 마음 표현을 하며 똑같은 온라인 세상에서 살고 있다.

인터넷 세상은 한국에 있으나, 인도에 있으나 전혀 다르지 않다.


온라인 세상에 정이 넘친다. 그 세상에는 사랑의 표현이 전혀 쑥스럽지가 않다.

말로는 못하는 쑥스러운 표현도, 살가운 단어도 서로 주고받는다. 그 세상에서는 나도 하트를 수십 개씩 전하고, 고맙다, 사랑한다, 말로는 못하는 애정표현도 잘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인도에서도 변함이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두 번째 인도,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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