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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코끼리 이정아 Sep 06. 2023

인도에서는 내가 먹은 것 내가 안 치워도 돼요.

언제인가부터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에서 내가 받아와서 먹고, 내가 치워야 되는 문화가 되었다. 문화라기보다는 인건비를 아끼려는 업체들의 상술에 자연스럽게, 어쩌면 마지못해 따라가는 소비자가 되어버렸다.

그 아낀 인건비만큼 가격 혜택이나 다른 서비스를 받고 있는지도 잘 모른다. 너도 하니까 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 되었다.


'물은 셀프'라는 식당의 일방적인 '명령'에 별 반발 없이 순응했던 경험을 가진 우리는 위험한 뜨거운 커피도 잘 나르고, 햄버거 먹고 난 소스 묻은 냅킨도, 마시다 남은 콜라도 잘 버리고, 심지어 분리수거도 잘한다.

이제는 내가 가져오고, 내가 치우는 이 일반화가 되어서 간혹 서빙이 되는 커피숍 커피가 어색하기 그지없다.


인도에 다시 왔다. 3년 8개월 만에 돌아왔다.

아직 인도에 살고 있는 지인들과 점심을 먹고 스타벅스로 이동을 했다.

헤어질 때가 되어서 커피잔을 치울려니  "여기서는 그냥 두면 돼!"라며 한 목소리로 얘기를 했다. '그랬지, 인도에서는 내가 안 치워도 되었지.' 그제야 생각이 났다. 4년이라는 시간은 인도에서의 사소한 생활문화를 망각하게 되는 짧지만은 않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하루 뒤, 혼자서 집 근처 맥도날드에 다. 이른 저녁을 햄버거로 때우고 커피도 한잔 마실 요량이었다. 가장 가벼운 치킨버거 세트메뉴를 주문했다.

하루 만에 또 잊어버렸다. 4년, 정확하게 3년 8개월 동안의 습관이 무서운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다 먹은 쟁반을 들고 수거대를 찾아서 두리번거렸다. 수거대가 없는 나라, 종업원이 뒤처리를 해주는 나라, 인도인 것을 잊어버렸다. 하루 전 스타벅스에서 깨우친 그 사람은 어디 가고 없었다.


예전에 인도에 살 때는 가끔 한국에 방문하면 지금과 반대의 경험을 했었다.

롯데리아에 갔다가 아무렇지 않게 다 먹은 쟁반을 그대로 두고 나왔던 적이 두어 번 있었다.

인도에서의 실수는 피해를 주는 경우가 아니지만, 한국에서의 실수는 민폐가 분명했다. 바쁜 아르바이트생이 얼마나 투덜거렸을지 안 봐도 뻔하다.


언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에 갈 때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

미래의 그날보다 지금 인도에서 먼저 정신을 차려보자. 인건비가 아직은 싼 인도, 언젠가는 이 나라도 바뀌게 되겠지만 지금의 편리함은 누리고 살아보자.


수거대를 찾다가 깨우치고 도로 테이블에 올려놓은 쟁반, 잠시 한국의 딸들에게 인도 맥도날드 버거 사진을 보여주며 시간을 보내다가 일어났다.

뒤가 아직은 켕기지만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럽게 다 먹은 쟁반은 두고 일어서자고 정신을 차리려는 순간, 부지런한 종업원이 먼저 다가와서 물었다. 다 먹었으면 치워도 되겠냐고.

"Sure, thank's"


손님이 먹고 간 햄버거 쟁반을 치우는 인도의 맥도날드 종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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