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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코끼리 이정아 Sep 25. 2023

소음에 관대한 인도 사람들

점심을 먹고 TV를 보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아파트가 흔들린다고 느낄 정도로 엄청난 소리에 잠이 깼다. 창밖을 내려다보니까 남자 둘이서 북을 치고 그 뒤로 주민들이 행진을 하고 있었다. 며칠 전에 힌두 신, 가네쉬의 생일이었는데 일요일에 힌두교 주민들이 페스티벌 퍼레이드를 하는 듯이 보였다.


거의 두 시간  동안 이어지는 그 북소리 때문에 휴일에도 조용히 쉴 수 없는 인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컴플레인을 하는 사람은 없다.


인도는 소음이 일상이다. 그 일상의 소음들에 인도 사람들은 모두 너그럽다. 소음에 늘 노출되어 있는 인도 사람들은 그 소음이 자연스러운 일상이고, 그래서 소음이 아닌 생활 소리로 인식하는 것 같다.


집에만 있으면 인도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를 못하고 지낼 때가 다.

그러다이곳이 한국이 아닌 인도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가끔, 때로는 자주 전쟁이 난 것 같은 폭죽 터지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다. '쾅쾅 퍽퍽 따다 다닥', 요란하고 다채로운 소리가 아파트를 부숴버릴 듯이 야단이 나는 때가 그렇다.


종교가 다양한 인도는 그 다양한 종교의 수만큼 종교마다의 명절이 있고, 그 명절에 빠지지 않는 것이 폭죽소리이다. '퍽 퍽 퍽' 폭죽소리는 낮밤을 가리지 않는다.


폭죽소리뿐일까? 인도에서는 너무나 다양한 소음들을 견디며 살아야 한다.


도로 위는 각종 탈것들의 경적소리가 누가 누가 더 많이, 더 세게 소리를 내는지 시합이라도 하듯이 자동차, 오토바이, 오토릭샤 할 것 없이 난리도 그런 난리통이 없다.

도로 상태가 안 좋고, 차선이 없는 곳도 많고, 끼어들기가 애교이며, 무단횡단하는 사람들 어슬렁거리며 도로를 가로지르는 소, 개들까지 언제 어디서 내 차와 상대가 위험해질지 모르는 곳이 이곳 인도의 도로 위이다.

경적소리야말로 나를 보호하고, 상대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겠구나 싶다. 그러니 그 경적소리는 서로 용납할 수밖에 없는 소음이다.


소음은 도로 위에서만 용납되는 것이 아니다. 집안에서도 주변의 소음을 감내하고 살아야 한다.

현관문을 열어놓고 밤새 발라우드 영화를 보는 옆 집의 소음을 견뎌야 하고, 페스티벌이 있을 때마다 천둥소리 같은 북소리와 가늘고 높은, 귀가 찢어질 듯한 관악기 소리를 견뎌야 한다.

밤새도록 춤을 추며 틀어놓은 음악 소리는 밤공기를 타고 고층 아파트의 집들을 쩌렁쩌렁 울린다. 하지만 시끄럽다고 항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늘이 힌두교 페스티벌이면 내일은 또 무슬림 페스티벌이기 때문이고, 오늘이 케랄라 주민의 페스티벌이면, 내일은 타밀 주민들의 페스티벌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하물며 장례 행렬에도 악기소리가 따른다. 북소리에 맞춰 춤을 추면서 화장터로 상여가 이동한다.


하루라도 조용할 날이 없는 인도이다. 도로 위의 경적소리는 상시 소음이고, 폭죽 소리는 잦은 소음이고, 악기 소리는 가끔 듣는 소음이다. 악을 쓰며 우는 까마귀 소리, 서로 다투는 유기견 짖는 소리는 애교 수준이다.


오늘도 옆집 가족들은 한밤중에 복도에서 큰소리로 소란스럽다. 남자들의 굵고 낮은 목소리는 우리 집 현관 아래 틈으로, 여자들의 가늘고 높은 목소리와 그 보다 더 높은 아기 울음소리는 현관 위의 틈으로 확성기를 틀어 놓은 듯이 고스란히 우리 집 거실로 시끄럽게 들어온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여기는 인도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저 소리는 소음이 아니라 생활 소리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파트 힌두교 페스티벌 모습

낮에는 악단의 연주
밤에는 음악 소리와 함께 댄스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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