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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코끼리 이정아 Oct 04. 2023

인도 식재료로 추석 음식 만들기

인도에서 추석은 단지 여느 평일의 하루일 뿐이다. 그럼에도 '추석연휴'라는 단어가 자꾸 입술 밖으로 나오는 이유는 인도에서도 한국의 뉴스를 볼 수 있고, 각종 한국의 이슈들을 인터넷으로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동안의 긴 연휴 가운데 정확하게 추석이 며칠인지도 사실 모르고 있었다. 인터넷을 찾아서 그날이 무슨 요일인지 알게 된 것이었다.

한국에서 살지 않아서 한국 명절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남편은 회사에서 한국식당 경력이 있는 네팔 주방장이 만들어 주는 다양한 메뉴의 한식을 점심과 저녁에 먹기 때문에 충분치는 않겠지만 한식에 대한 부족함은 크게 없는 듯 보인다.

그래도 추석연휴라고 하는데, 명절 음식은 또 다르다 싶어서 추석 전날 오후 늦게 장을 봐왔다.


마트에 가서 모든 필요한 것들을 한꺼번에 살 수 있는 한국이 아니기 때문에 멀리 있는 고깃집, 야채, 과일 가게, 슈퍼, 한국 마트마다에 차를 타고 가서 땀을 흘리며 장을 봐야 하는데 그 일이 음식 만드는 일만큼 힘들다.



돼지고기, 소고기 간 것, 얼린 흰 살 생선, 고구마, 쥬키니 호박, 파, 배추, 무, 시금치, 해바라기유, 토부(인도 두부), 밀가루, 계란, 리 단감, 포도, 파파야를 사고, 한국 슈퍼에서 콩나물과 두부를 샀다.



인도 식재료로 명절 음식 만들기에 돌입했다. 참기름을 제외하고 모두 이곳에서 구입한 것들로 한국의 명절, 추석 음식을 장만했다.


재료 다듬고, 씻는 일도 이곳에서는 큰 일이다. 다듬어서 파는 재료는 아예 없다. 콩나물은 신선하지 않아서 뿌리를 모두 따야 하고, 파는 껍질이 참 안 벗겨진다.

수돗물은 석회수에다 깨끗한 물이 아니기 때문에 일일이 생수에 두어 번 헹궈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래도 다듬고, 씻는 과정은 끝이 났다.



동그랑땡부터 만들었다. 고기는 아무래도 한국보다 냄새가 강해서 인도두부를 으깨서 섞고, 참기름과 후추로 냄새를 잡았다. 보라색 인도 양파의 싹을 키워서 잔파로 판다. 그 파도 고기에 다져 넣고 인도 소금으로 간해서 치대어서 동그랗게 빚었다.

인도 해바라기유를 넉넉히 부은 인도 프라이팬에 인도 밀가루에 묻힌 동그랑땡 반죽을 인도 계란을 입혀서 부쳐냈다.

인도 가스레인지는 수동으로 불을 붙여야 하고, 불조절도 익숙하지 않아서 쉽게 끝낼 동그랑땡 40알 정도를 30분 동안 부친 것 같다.

다음은 생선 전. 인도에도 슈퍼의 냉동고에 살만 바른 커다란 흰 살 생선을  통째로 얼려서 파는 것이 있다. 간이 베이게 소금물에 담가서 녹인 다음 저며서 생선 전을 부쳤다.

쥬키니 호박전, 파전, 배추전, 고구마전도 부쳤다.

고사리, 도라지는 없으니 우리나라의 당근 크기의 무를 채 썰고, 콩나물, 시금치 만으로 나물을 했다.



사과, 감, 포도, 파파야에, 한국 게스트 하우스에서 남편이 선물로 받아 온 송편까지 더해지니 추석상 한 상이 그럴듯하게 차려졌다.



학교도 가고, 회사도 가는 평일, 추석이라고 해서 별 생각이 없던 여름만 있는 남인도에서 추석 음식을 먹고 있으니 그나마 추석 기분이 좀 나긴 했다.

이웃의 한국 애기 엄마와 친한 동생에게 음식 나눔도 하고 나니 좀 더 그런 기분이 들었다.


인도에 살고 있어서 명절에 한국이 그립거나 외로울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냥 그런 여느 평일과 같은 날일 뿐이기 때문에 별다른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

한국 뉴스에서, 인터넷에서 추석연휴라고 하니까 시간도 많고 할 일도 많이 없어서 명절 음식을 만들었을 뿐이다.

맛있게 먹고 출근하는 남편을 보는 것으로 만족이다.


또 이렇게 추석연휴가 지났다. 인도에서는 지난 월요일이 간디 생일이었다. 그래서 월요일까지 연휴였으니 한국보다는 짧았지만 추석연휴 비슷한 연휴를 보낸 듯하다.

명절 음식도 먹었고, 연휴도 보냈으니 추석이었다고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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