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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코끼리 이정아 Jun 16. 2021

귀국을 했다. 대한민국 만세다.

인도에서 11년 만에 귀국을 했다.

그곳에서 살 때는 잘 몰랐다. 나도 그렇게 살고, 너도 그렇게 살았으니 그러려니 하며 지냈었다. 불편한 일들 많았지만 큰 불만은 없었다. 변화된 환경에 쉽게 순응하는 성향이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그 나라를 즐겼고, 나름 감사하며 살았었다.


귀국을 했다.

이제 더 이상 인도가 아니다. 한국이다. 내 나라 대한민국이다. 그곳에서는 누리지 못했던 것들, 이곳에 살 때는 몰랐던 생각들이 있다. 다시 돌아온 내 나라는 감사한 일 투성이다.


콸콸 나오는 깨끗한 수돗물을 언제 감사하며 살았던가? 정전이 없는 일에 고마워했던가? 사계절의 날씨와 자연을 감사했던가? 봄비라는 이름을 고마워한 적인 있었던가? 마음껏 걸을 수 있는 소중함을 알았던가? 먹고 싶은 음식을 언제든 먹을 수 있는 환희를 느꼈던가? 버스를 타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일이 감사한 일이었던가?


살 때는 몰랐었다. 떠나봐서 알게 되었다.


석회수에 벌레와 흙탕물도 가끔 나오는 수돗물, 그 마저도 단수가 일상이던 나라였다. 정전이 되어서 냉동고에 물이 흘러도, 땀을 비 오듯이 흘려도 그러려니 살던 나라였다. 일 년 내내 여름인 도시였다. 최고 50도를 찍은 날도 있었다. 문 밖은 항상 건사우나였다. 건기에는 비 한 방울 안 내리다가 우기 몇 주에 일 년에 내릴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곳이었다. 비가 안 와서 불편하다가,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힘든 나라였다.


외국인이 그것도 여자 혼자 마음껏 걸어 다닐 수는 없었다. 환경도 그랬고 날씨도 더웠다. 끝내 적응 안 되던 남인도 음식들이었다. 향신료와 기름범벅인 음식이 맛있어지지가 않았다. 한국 식재료 구하기가 힘들어서 유통기한 지난 한국식품이 냉동고에 늘 가득했다. 시내버스를 한 번도 타 본 적이 없었다. 남자들만 가득한 버스는 내가 타면 안 되는 교통수단이었다.


그런 나라였다.

그런 나라에서 십여 년을 살다가 돌아온 한국이다. 돌아온 한국에는 감사할 일이 너무 많다. 그것들이 너무나 사소한 것들이어서 더 감사하다. 한국에서는 별로 의식하지 않고 누리는 일들이다.


한국에 돌아왔다. 대한민국 만세다.

코로나 때문에 모두가 힘들어하는 시기이지만

나는 한국이 좋기만 하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저 한국에 돌아와서 기쁘다. 떠나봐서 알게 된 한국이어서 그 소소하지만 특별한 감사한 일들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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