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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코끼리 이정아 Jun 17. 2021

나는 전업주부이다.

브런치에서 조차도 '주부'는 직업이 아니었다.


 나는 전업주부이다.

결혼 후 첫 아이를 낳으면서 직장을 그만뒀었다.

내 직업에 만족했고, 인정도 받았지만 내 아이를 키워줄 친척은 없었고, 그 아이를 아무에게나 맡길 수는 없었다. 그렇게 전업주부로서 내 인생이 시작되었다.


 눈앞에 맞닥뜨린 일에는 집중을 잘하고, 열심이고, 재미있어하는 성향인 나는 아이를 키우는 동안에는 그만둔 내 직장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다. 아이들이 초등 고학년이 되었다. 엄마의 손이 많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재취업이 쉬운 전공인 나는 직장을 알아보려 했다. 그러던 중에 남편의 인도 주재원 발령. 그렇게 또 전업주부로 살아야 했다.

그때부터 자연스레 주부로 살고 있다. 그냥 자연스러운 내 인생의 과정이었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게 되었다. 작가 소개를 하란다. 직업을 선택하란다. 내 직업인 '주부'는 첫 화면에서 찾을 수가 없었다. 처음엔 '프리랜서'를 선택했었다. 그런데 직업이란 것이 노동에 대한 페이가 따라와야 하는 것이지 않는가? 노동은 하지만 페이는 없으니 프리랜서도 아니었다. 그 이유이면 주부도 직업이 아닌 건가? 그래서 직업 선택은 건너뛰었다.


 뭐 그래도 대수롭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나 같은 전업주부 누군가가 나처럼 순간적으로 당황하는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조금 염려스러울 뿐이다.


 아직은 아니지만 조만간 나는 '작가 지망생'에 직업 선택을 하게 될 것 같다. 지망생이니까 지망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나는 주부이다. 전업주부이다.

자의든, 타의든, 잘 선택한 '직업'이라고 말하고 싶다. 비록 페이는 없지만, 돈으로 환산은 안 되는 가치 있는 무형의 것을 많이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잘했고,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는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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