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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남는 장사

by 노랑코끼리 이정아

작은 씨앗 하나가 품은 생명은

백 개의 씨앗이 되고


백 개의 씨앗은

천 개, 만 개의 생명으로 환생한다.


열 개를 품었지만

여섯 개가 알을 깼고,

네 개가 숨을 쉬었고,

결국은

세 개의 생명만 키가 자랐다.


십 분의 삼.


낮은 확률로 숨통을 터트렸지만,

하나의 씨앗이 백개의 씨앗이 되고


백개의 씨앗이 또

천 개, 만개의 생명으로 환생한다면

충분히 남는 장사다.


검정 껍질에 쌓였던

하얀 속살이

결국은 황금이 되는,

이보다 가성비 좋은 놈은 못 봤다.


새끼손톱보다 작은 씨앗이

얼굴만 한 꽃이 되는,

이보다 보람 있는 놈은 못 봤다.


하찮다고 무시 마라.

그 안에는 계절과 햇살과 바람이 숨었다.

우주가 들었다.






이른 봄에 작은 씨앗 열 개를 심은 해바라기가 세 개의 나무만 살아서, 7월의 뜨거운 해를 향해 백개의 씨앗을 품은 황금 얼굴을 들어 올렸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세상에 하찮은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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