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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키네시아

속앓이

까맣게 문드러진 그 속을 누가 알까?


빳빳한 줄기는

거센 바람에도 흔들림이 없었고,

봉긋한 꽃은

폭우에도 끄떡없었다.


누구도 덤빌 자 없었고,

어떤 것도 상대가 안되었다.


일생을 그렇게 살았다.


시련도, 역경도 꿋꿋이 견뎠다.

꺾이지도, 굽히지도 않았다.


속으로만 속으로만 앓다가

끝끝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그래도 다시 살리라.

잠들지라도 다시 깨어나리라.

겨울 지나 다시 올 새봄에

행복을 싹 틔우리라


영원한 행복,

한낱 백일몽일지라도 꿈꿔보리라.






*에키네시아 꽃말.. 영원한 행복

폭염과 장마와 거센 바람에도 꼿꼿이 서서, 꽃을 오래 피운 에키네시아의 마지막은 숯처럼 검게 변한 모습이다. 영원할 것 같아도 끝내 시드는 꽃처럼, 버틴 시간만큼 더 처참하게 변하는 에키네시아처럼 우리도 영원할 수는 없다. 그저 행복한 삶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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