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상이란다
죽은 이의 슬픔보다
오랜만에 본 산 이가 반갑다
육개장 간이 괜찮아서
편육이 잘 삶겨서
귤 사이즈가 딱 좋아서
칭찬이 오간다
호상이란다
살만큼 살았고
적당할 때 죽음을 맞았단다
자손이 번성해서
조문객이 많아서
가는 길 외롭지 않겠단다
호상이다
살만큼 산 구절초가
번식할 만큼 번식한 쑥부쟁이가
서리를 맞고도 펴있던 꽃이
시들었다
호상이다
추위를 피해 잠시 숨 참았다가
다시 숨 뱉으며 꽃을 피울 예정이다
보내는 마음이 슬프지만은 않다
다시 만날 거니까
호상이란다
사람은 꽃이 아닌데
다시 피는 다년초가 아닌데
호상이란다
죽음은 영원한 이별인데
그리운 가슴만 남을 텐데
그래도 호상이란다
떠들썩 웃음소리가 비통의 눈물을 덮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 앞에
누가 호상이라 말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