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 벗은 나무가 유난히 추워 보인다
연한 색 속살이 찬바람에 속수무책이다
주홍색 화려했던 젊음의 꽃도
초록의 눈부셨던 청춘의 잎도
진갈색의 단단했던 한창때의 껍질도
떨어지고
시들고
벗겨졌다
젊음의 풍성함은 어디로 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서
청춘의 아름다움은 어디에 두고
볼품없는 형색을 하고
한창때의 그 용기는 어디로 사라지고
쓸쓸히 떨고 있나
과거의 열정이 덧없어서
젊음의 시간이 아까워서
너도 나 같아서
내가 너 같아서
부직포를 둘둘 감아본다
이왕이면 녹색으로 두른다
너의 줄기에
내 마음에
그러면 덜 추울까 봐
그러면 덜 초라할까 봐
그러면 덜 서글플까 봐
단단히 두른다
그래도 잘 견뎌보라고
그렇지만 잘 지나 보자고
함께 그래보자고
두텁게 감싼다
너의 겨울도
나의 중년도
내게도 올 노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