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가지 끝에 마른 잎 하나가 꼿꼿이 매달렸다
나무를 떠날 용기를 못 낸다
외롭다 말 못 하고
힘들다 소리치지 못하고
그저 건조한 몸짓으로 침묵한다
비장한 다짐이라도 한 듯이 버틴 손끝을 뗀다
사르르 마침내 힘을 빼고
가벼이 가벼이 바람에 몸을 맡긴다
욕심과 미련이 함께 날아가고
비로소 홀가분해진다
그제야 침묵을 깨고 사그락사그락 속삭인다.
묻어가니 외롭지 않다고
놓았더니 평온하다고
바삭바삭 바사삭
낙엽들이 얼굴을 맞대고 귓속말을 해댄다
모여 앉아 다음 봄을 얘기한다
가치로운 힘을 비축하기로 한다
힘을 뺀 낙엽이
욕심과 미련을 놓은 낙엽이
비질에 몸을 맡기고 쓰레받기에 쉬이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