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 존슨이 물었다.
마담! 눈 본 적 있어요?
눈을 본 적이 있냐니, 그런 질문이 다 있다니.
얼음은 아닌데 물이 얼었고, 비는 아닌데 물이고, 인도 여자들이 아침마다 그리는 랑골리처럼 사방 대칭이고, 머리에 앉으면 쌓이는데 손에 닿으면 녹고, 쌓이면 폭신하고 천천히 얼음이 되거나 물이 돼.
상상 속의 눈은 만질 수도, 볼 수도 없어서 내 설명이 자세하고 길어질수록 더 궁금하고 보고 싶어 질 뿐이었다. 눈을 아는 나도 덩달아 보고 싶을 지경.
스물여덟이 되도록 햄버거도 못 먹어봤다던 그 아이는
마흔이 넘었어도 눈 보는 일이 소원이다.
여자친구에게 햄버거를 먹여주고 싶다던 인도 청년은 아들딸에게 눈 구경을 꼭 시켜주겠다는 아빠가 되었다.
자연도 사람을 차별한다.
공짜도 모두 나누지 못한다.
가난이 자연을 이겨먹는다.
기차도 닿지 않는 눈이다.
하물며 비행기는 닿을까.
아이스박스에 넣어서 해상 운송은 어떨까.
첫눈이 내린다.
눈을 본 적이 있나요?
존슨의 목소리가 눈과 함께 날리고 또 날린다.
속눈썹에 앉아서 눈물 방울이 된다.
눈을 만지면 어떤 느낌일까요?
그 아이의 눈빛이 반짝이며 쌓인다. 또 쌓인다.
신발을 삼키고, 발목을 잡는다.
당신은 눈을 본 적 있나요?
눈이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