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자국만 깊은 정원에
작은 플라스틱이 버티며 얼어 섰다
베로니카
채송화
패랭이
달맞이꽃
백합
.
죽은 자의 묘비 같지만
산 자의 명패다
기억해 달라는 외침이다
살아있다는 표식이다
일어서리라는 절규다
생명 없는 플라스틱에
저마다의 이름이 살고
이름이 닿은 끝에 봄이 산다
이름이 있어서 다행이다
기억할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나도 이름표를 달아볼까
그러면
다시 필 희망이 될까
<이찬원, 내 인생의 찬스> 출간작가
10대, 딸부잣집 막내딸. 20대, 대학병원 중환자실 간호사. 30대, 연년생 딸 둘의 엄마. 40대, 인도 주재원 남편의 아내. 50대, 글을 쓰기 시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