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이름표

by 노랑코끼리 이정아



바람 자국만 깊은 정원에

작은 플라스틱이 버티며 얼어 섰다


베로니카

채송화

패랭이

달맞이꽃

백합

.

.


죽은 자의 묘비 같지만

산 자의 명패다


기억해 달라는 외침이다

살아있다는 표식이다

일어서리라는 절규다


생명 없는 플라스틱에

저마다의 이름이 살고

이름이 닿은 끝에 봄이 산다


이름이 있어서 다행이다

기억할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나도 이름표를 달아볼까

그러면

다시 필 희망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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