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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수 Dec 02. 2020

나 사용법

좋음과 싫음


여섯 시 반에 눈이 떠졌다. 평소보다 삼십 분 일찍 일어난 셈이다. 나는 갑자기 미친 듯이 기분이 좋아져서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았다. 뜨끈한 물에 몸을 푹 담그고 행복이란 무엇일까 생각했다. 음악 들으며 책 읽기, 에어프라이어로 고구마 구워 먹기(반드시 호박고구마로), 200자 원고지 15매 정도 글쓰기, 오후 4시의 커피, 6000보 걷기, 집에서 느긋하게 즐기는 목욕, 팔굽혀 펴기 200회. 흠...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나는 요즘 내가 뭐 할 때 가장 만족감을 느끼는지 테스트 중이다. 그런데 10년 전과 거의 변함이 없다. 혹시 감각이 변했을까 봐 같은 항목을 테스트해봐도 여전히 좋고, 싫어하는 건 여전히 싫다. 인간이란 잘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내일 해남 고구마 10kg이 도착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굉장히 흐뭇하다. 


소확행 리스트를 가지고 있으면, 시간이 남아서 뭐할지 고민이 들 때 실망스러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얼마 되지 않는 인생을 위해, 내가 직접 실험해 작성한 '나 사용법'이라고나 할까. '싫어 리스트'는 없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니까. 싫은 건 안 보고, 안 듣고, 안 떠올리는 편이 나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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