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2020학년도의 마지막으로서 금요일이면 종업식이다. 예년 같으면 책거리 파티 겸 과자도 먹고, 실내 놀이라도 할 텐데 교실에는 아무도 없다. 4주째 계속되는 온라인 학습으로 교실은 12월 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아이들은 수요일에 단 하루 등교하여 그간의 짐과 통지표, 안내장, 선물을 들고 갈 예정이다. 수요일 등교는 비밀 침투 작전을 방불케 한다. 5인 이상 집합이 금지되어 있기에 30분 단위로 타임을 쪼개어 네 명 또는 세 명씩 등교를 한다.
22명인 우리 반은 오전 아홉 시부터 오전 열두 시까지 6개의 등교 타임이 있다. 담임으로서 제자를 교실에서 만나는 최후의 기회임에도 시간은 30분으로 제한된다. 만일 학생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늦게 오거나 하면 대면의 기회는 더욱 줄어든다. 나는 사무적인 일을 처리하는 시간을 줄이고 아이들과 조금이라도 더 사적인 이야기를 하기 위하여 책상마다 꾸러미를 만들었다. 조촐한 선물로 책 한 권과 사인펜 세트도 준비했다. 아이들은 등교해서 담임과 인사를 나누고, 사물함을 비우고, 꾸러미만 챙기면 된다. 매우 간단한 일정이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 보면 아마 삼십 분이라는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갈 것이다. 나는 헤어질 때 막대사탕도 하나씩 줄 예정이다. 지난 일년 간 아이들은 너무나도 많은 것을 희생했다. 위험하므로 밖에 나가면 안 된다는 소리를 들었고, 집에서는 학업을 게을리 하면 안 되니 온라인 수업을 열심히 들어야 한다고 교육받았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옳고, 당연한 소리 같지만 아이들에게는 본래의 에너지와 성질을 억누르고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하는 커다란 시련이었다.
아이들은 학력 저하 이상의 것을 잃어버렸다. 균형 잡힌 사람으로 성장하는데 꼭 필요한 현장 체험학습과 모둠 활동, 학예회, 영어 캠프, 어깨동무 따위를 모두 상실했다. 공동으로 준비하고 참여하는 운동회, 시업식, 종업식 같은 단체 행사도 경험 밖으로 밀려났다. 의례와 의식은 인간이 사회화를 하고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의 인생에 남겨진 커다란 공백은 결코 수치로는 쉽게 계량할 수 없다. 우울함을 동반한 코로나의 기억으로 인한 피해와 결핍 또한 장기간에 걸쳐 여러 면모로 나타날 것이다.
꾸러미를 만들고자 마음을 먹었을 때는 이렇게 해야 아이들이 약간이라도 수고를 덜겠구나, 하고 긍정적으로 보았다. 그런데 다 만들고 나서는 이 녀석들이 결국 자기 자리 청소 한 번, 책 정리 한 번 못 해보고 가는구나 하고 한탄했다. 인생에는 여러 단계가 있고 각 단계마다 시작과 끝에 해야 할 작업과 마음가짐 같은 것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은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두 손으로 짐을 꾸리며 생생한 의식의 일부로 가져가야 한다. 그런 절차가 사라진 지금, 나는 두렵다. 마땅히 겪어야 할 공동 경험의 부재가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모르겠다. 당장은 숨을 죽이고, 소리도 없이 그림자처럼 엎드려 있겠지만 언젠가는 상처 입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흠, 그나저나 최후의 등교 날에는 무슨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면 좋으려나. 요즘 애들은 어떤 게임을 하는지 구글 플레이 스토어 게임 차트도 확인하고, 유튜브 핫 클립을 몇 개 본다. 이런다고 화기애애한 대화를 보장받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어쩌다 몇 마디 건질 수도 있으니까 습관적으로 접속한다. 초등 담임교사의 퇴근 후 여가는 대략 이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