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한 방종과 어긋난 타이밍의 결과
21.03.03
꼼꼼함은 어떻게 초등교사의 미덕이 되는가를 반례로 증명하는 하루였다. 오늘부터 사흘간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기에 어제 아이들이 학교에 나왔을 때 교과서(14종)를 나누어 주었다. 집에 14권을 모두 들고 가기에는 무거워 보였다. 그래서 온라인 수업이 들어 있는 교과만 챙겨가라고 설명해 주며, 해당되는 교과서 8권을 칠판에 썼다.
1) 국어-가 + 국어활동
2) 수학 + 수학 익힘
3) 사회
4) 음악
5) 체육
6) 미술
나는 22명을 하나하나 점검하기 힘들어서(나눠줘고 안내해야 할 가정통신문이 무려 12종이나 되었기에) 8권이라는 수량과 뒤에 이름을 적었는지만 확인하였다. 흐음, 그런데 오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4명이나 교과서를 가지러 학교에 들러야 했다. 물론 모든 교과서를 놓고 간 것은 아니다. 국어-가 대신 국어-나를 들고 간다거나, 수학 익힘을 깜빡했다거나 하는 사소한 실수다. 4학년에게 흔히 발생하는 일이다. 아이가 올 수 없는 경우에는 부모님께서 잠깐 들르셨다. 전화 통화 후 후문 근처에서 책을 건네드렸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담임이 좀 더 세심히 챙겼다면 어땠을까...... 그런데 부모님 심정은 또 다른 것인지 "저희 애가 잘 못 챙겨서......"라고 하셨다.
흐음, 어떤 결과에 하나의 원인만 있는 사례는 무척 드물다. 자잘한 방심이 중첩되고, 미묘하게 타이밍이 엇갈리다 보면 예기치 못한 사건(이라 하면 너무 거창한가, 당혹스러운 사안)이 발생할 수 있다. 그나저나 한 친구는 수업이 끝나도록 사회 책을 못 가져갔는데, 집까지 갖다 줘야 하나. 꼼꼼하지 못한 담임은 이래저래 자주 머리를 긁게 된다.
PS - 점심 식사 차 급식실에 머문 사이 얼른 가져갔다고 합니다. 기특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