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3회에 걸쳐 학급 대항 피구, 축구 리그전이 열린다. 오늘은 그 첫 번째 날로서 4학년 3반과의 대결이다. 여학생은 피구, 남학생은 축구를 했다. 3반 선생님이 축구 경기를 지켜보고, 나는 피구 경기가 열리는 체육관으로 향했다.
"자, 두 경기를 먼저 이기는 반이 승리입니다. 시작!"
심판을 맡은 코치님의 선언과 함께 공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고무공이 통 하는 소리를 내며 체육관 바닥에 닿는 순간 내 심장도 쿵하고 울렸다. 얼마 만의 반별 대항전인가. 비록 마스크를 쓰고 있긴 하지만, 1년 반 만의 합동 체육이다. 작년에는 단체 스포츠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학교는 올해부터 조금씩 체육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물론 삼척시가 현재(21년 4월 20일)까지 확진자가 22명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잠깐의 감격도 잠시 나의 감정은 해저 용암처럼 꿈틀댔다. 5분 만에 졌다. 압도적인 패배. 경사로에서 굴러 떨어지는 돌멩이에 머리를 계속 맞고 있는 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의 우세도 누리지 못했다.
"싹 다 아웃시켜 버리라고!"
막 흥분해서 소리쳤다. 나는 우리 반 아이들 들으라고 한 소리인데 그 말에 반응한 건 3반 애들이었다. 두 번째 경기는 1분 더 버텨서 6분 만에 졌다. 2연패. 이로서 오늘의 승자는 3반으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너무 빨리 끝났다. 수업이 끝나려면 20분이나 남았으니까. 이왕 졌으니 실컷 지고 경기 감각이나 익히자. 당장 우리 반에 필요한 건 스포츠 그 자체였다. 옆반 선생님과 의논하여 남은 시간 동안 친선 경기로 두 번을 더 했다.
"정현아 힘껏 던져. 아래로!"
"땅볼은 안 죽어. 공이 흐르면 잡아!"
3패, 4패. 침팬지에게 두들겨 맞는 새끼 쥐처럼 일방적인 경기가 계속되었다. 땀이 뻘뻘 흐르고,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고 나서야 처참한 체육 시간이 끝났다. 하아, 체육관 문을 나서니 축구팀의 패배 소식이 들려온다. 2종목 석권패. 문제의 S가 팀킬을 해서 우리 편 공을 빼앗고, 상대편에게 패스를 일삼았다고 한다. 체육관에서건, 운동장에서건 받는 스트레스는 마찬가지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실로 올라오는 길에 3반 선생님과 만나 잠깐 얘기를 나눴다. 3반 선생님은 근육으로 뭉친 슈퍼맨이다.
"지난 주말에 자전거 타고 장호항까지 왕복하고 왔어요. 4시간 30분 정도 걸리더라고요."
아, 우리 반 애들이 담임 닮아서 졌구나. 너무 다그치지 말아야지. 누가 누굴 탓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