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총기류, 도검류를 제외하고는 장난감을 어지간히 허용하는 편이다. 단, 수업 외 시간에서만. 장난감을 일체 들고 오지 못하게 하는 선생님도 있지만 나는 전면 차단을 선호하지 않는다. 내 방침은 거의 대부분 선 자유, 후 벌칙이다. 공동체나 자신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라면 자유를 누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무균실을 지향하는 순간, 내적으로든 학교 밖에서든 억누름에 대한 반발이 생길 테니까.
흠, 이렇게만 말하면 꽤나 이상적인 교육관과 평화로운 학급이 떠오르겠지만 현실은 분쟁의 소굴이다. 원래 민주주의와 자유는 시끄럽다. 쉬는 시간이 끝났는데도 깜빡하고(아이들의 가장 흔한 변명, 진심일지도) 계속 논다거나, 대놓고 계속 논다. 여기저기서 신고도 들어온다. 점심을 먹고 왔더니 채승이가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김수혁이 장애 인권 교육 시간에 상으로 받은 초콜릿으로 계속 때려요."
초콜릿으로 사람을 어떻게 때리는 걸까. 나는 달콤한 상상을 해버렸다. 입을 벌리고 있으면 보드라운 초콜릿이 살며시 들어온다. 으음, 당하고 싶은 폭력이다. 나는 혼자만의 기쁨에 빠져 채승 군의 억울함에 공감하는 표정을 짓지 못했다. 채승이는 당황하여 재차 설명했다.
"그러니까 막대기로 팔을 쳐요."
"김수혁! 잠시 와보세요."
수혁이는 내가 추가로 물어볼 것도 없이 문제의 초콜릿을 이미 손에 쥐고 있었다.
"네? 왜요?"
"이걸로 채승이 때렸어요?"
"네. 이렇게요."
툭툭. 가볍긴 해도 귀찮긴 하겠다. 그나저나 이 녀석, 굉장히 당당하다. 쉬는 시간이라 잘못한 게 없다는 건가. 어쨌든 초콜릿의 정체는 밝혀졌다. 얇은 원기둥 모양 통 안에 작은 구슬 모양의 초콜릿이 잔뜩 들어 있었다. 흔들면 촤르르 소리도 나는.
"장난감으로 친구를 괴롭히는 건 금지되어 있습니다. 금요일 학교 끝나고 찾아가세요."
엄선된 재료로 국내에서 만들었다는(광고 문구에 실제로 인쇄되어 있음) 초콜릿 막대는 장난감 보관함에 갇혔다. 이 보관함에는 역시 김수혁 학생의 똑딱이 피젯 스피너가 들어있다. 스피너는 만기 출소가 코앞이다. 이렇게 매번 빼앗기면 기분 나빠서라도 장난감을 안 들고 올 법 한데 수혁 군은 꿋꿋하다.
"장난감이라면 얼마든지 있지."
수혁의 인생은 즐겁다. 나도 교사니까 장난감을 압수하고 있기는 하지만, 김수혁이 반에 없으면 학교 오는 재미가 떨어질 것 같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