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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학교의 맛

4학년의 감각

21.04.21

by 이준수

최근 3년 담당 학년 현황을 보자. 과거를 기준으로 6학년, 5학년 그리고 현재 4학년이다. 이 세 학년의 차이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당장 명쾌하게 설명할 길은 없다. 아이마다 편차가 크고, 학교 생활에서 마주하는 모든 상황의 변수가 너무 많기에 콕 집어서 '4학년은 이렇습니다.' 하고 자신 있게 정리할 수가 없는 것이다. 다만 몇 가지 단서는 있다.


가령 6학년, 5학년 담임을 하면 급식 시간이 조금 수월하다. 생선 뼈를 발라주지 않아도 되고, 알레르기 있는 아이가 억지로 먹다가 토하는 상황도 거의 없고(알아서 안 먹기 때문에), 적당히 눈치껏 야채를 먹는다. 고학년 생활지도가 어렵다고 회피하는 분도 계신데, 이런 점에서는 확실히 편하다.


반면 4학년은 약간의 추가 행동이 필요하다. 오늘은 부식으로 미니 사과주스가 나왔다. 귀여운 사과 그림이 그려진 건강 간식. 나는 집에 가져가 우리 집 애기들이나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룰루랄라 처음부터 식판에서 빼놓았다. 그런데 누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나는 영양 선생님인 줄 알고 흠칫 놀랐다. 영양 선생님은 급식실에서 제공되는 식품을 밖으로 가져가는 것을 몹시 싫어하신다. 아마도 식중독 등 음식 변질에 따른 사고를 우려하는 탓이리라. 나는 살며시 고개를 돌렸다. 다행히 영양 선생님이 아니라 우리 반 근홍이었다. 긴장이 탁 풀렸다.


"선생님 이것 좀 따 주세요."


사과 주스였다. 근홍이는 아직 악력이 약해 뚜껑을 따기 어려워했다. 혹은 손이 미끄러웠거나. 나는 가볍게 돌려 투툭 소리가 나게 뚜껑을 돌렸다. '오랜만이군. 4학년 담임을 하고 있긴 하구나.' 하는 느낌으로 즐겁게 밥술을 떴다. 이후로도 두어 명이 뚜껑 따기 서비스를 요청했고, 나는 기꺼이 플라스틱 뚜껑을 비틀었다.


흐음, 4학년은 대충 이런 감각입니다. 5, 6학년과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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