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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학교의 맛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에 선정되었습니다

by 이준수


3월에 책을 냈다. <선생님의 보글보글>은 나의 첫 책이었으나 게으른 저자를 만난 탓에 SNS 홍보도 제대로 못 하고, 인맥도 별로 없어서 선물용으로 몇 권 나눠주고, 빅 이벤트도 없이 '처음인데 끝 같은' 느낌으로 존재했다. 나는 학기초라 바빴다는 핑계를 댔지만 실은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글만 대충 쓸 줄 알았지 출판 이후에 어떻게 해야 할지에 관해서는 무지에 가까웠다.


인간 관계는 좁고, 조직동원력은 형편 없으며, 고집은 세다. 그렇다고 절세의 문장가도 아니다. 책 입장에서는 피하고 싶은 작가 타입이지 않을까. 어쨌든 반쯤은 방치된 상태로 백일 가량이 흘렀다. 백일이 아주 먼 과거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오늘 <선생님의 보글보글>이 2021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문학예술 분야 18권 중 하나이지만 굉장한 격려의 포옹을 당한 기분이다. 나는 운명의 등짝 스매싱(응원을 위한)을 한 대 얻어맞은 양 등이 얼얼했다.


최근 심적으로 슬럼프가 찾아와서 밤에 게임이나 하며 시간을 죽였다. 글을 쓰긴 써야 겠는데 의욕도 안 솟고, 책은 안 팔리고(아직 초판 1쇄를 다 못 팔았다), 다른 재주는 없고. 그런식으로 우울의 뫼비우스띠가 돌아갔다. 나는 우울하면 컴퓨터 게임을 한다. 슬라임을 때려 잡고, 거대 버섯 마물을 대못 같은 걸로 찔렀다. 레벨이 뿅뿅, 골드가 찰찰. '흠, 이게 다 무어야. 헛되고 헛되도다'를 외치면서도 계속 한다.


나는 이번 교양도서 선정을 이렇게 해석한다.


"언제까지 보스 무찌를 전략이나 짜고 있을 거냐, 당근 줄 테니까 하던거 중간에 쓰던 글 마저 써. 그냥 의심하지 말고, 판매 부수 같은 거 너무 의식하지도 말고, 재능이 있니 없니 재지 말고, 조금씩 쓰기나 계속 해."


흥, 최근에 게임을 두 개나 샀는데 튜토리얼도 못 해보겠네. 아무쪼록 이번 선정을 기회삼아 <선생님의 보글보글>을 홍보해 봅니다. 많이들 사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는 청소년이 없으려나. 아무렴 어떻습니까, 선물용으로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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