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말이면 인구가 늘어나는 마법의 도시에 산다. 태양과 바다가 부리는 마법은 사람을 모은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살았던 강릉이 그랬고, 2013년 이후 지금껏 살고 있는 동해시도 그렇고, 학교가 있는 삼척시도 그렇다. 금요일 오후부터 해안가와 주요 관광지를 따라 외제차 비중이 급증한다. 분위기만 보면 일주일 단위로 작은 축제를 여는 것 같다. 토요일에는 지리를 몰라 길에서 우왕좌왕하는 사람이 많으므로 주말의 드라이브는 느긋한 마음으로 서두르지 않는 편이 좋다.
수도권 시민들에게 영동 지방의 해안 도시는 상주하기에는 불편함이 많지만, 쉬러 가기에는 꽤 높은 평가를 받는 듯하다. 물론 나는 평일의 한가함과 바닷바람을 상시 즐길 수 있으므로 평생 바닷가를 벗어날 마음이 없다. 추암과 경포 호수는 목요일 저녁나절에 호젓하게 걷는 것이 제격이다. 북적이는 인파 속에 어깨를 부딪히지 않게 주의할 필요도 없고. 내게 살기 좋은 곳이란 특별히 기분 내지 않아도 언제든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나는 올여름에 다시 강릉으로 이사를 가는데 아마도 강릉을 벗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정밀 조준하지 않는 한.
바캉스 시즌이 시작되면서 영동 해안가 마을의 인구가 일시적으로 늘고 있다. 다들 들뜬 얼굴이다. 휴가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것 같아 여기에 찬물을 붓고 싶진 않지만 나는 별로다. 외지인 유입이 늘면서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 학교도 밀접 접촉이니 뭐니 여차저차 해서 오늘 급히 원격 수업 체제로 돌아갔다. 방학을 겨우 사흘 남기고서. 방학식날까지 오프라인 수업은 없다. 방학식 행사도 실시간 쌍방향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아이들과 헤어지기 전에 하려고 준비해둔 이벤트가 있는데 못 쓰게 되었다. 며칠간 준비했지만 이제는 소용없다. 바캉스 시즌에는 놀러 온 바이러스도 즐거이 날뛰는 모양이다. 슬프게도.
저기요, 그냥 지내시던 동네에서 얌전히 노시면 안 될까요? 저도 살던 동네에서 얌전히 놀게요. 이렇게 말하면 뭇매를 맞겠지. 지역 상인분들에게도, 관광객들에게도. 뭐,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혼자 바다를 독차지하겠다는 게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