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학교의 맛

두 도시의 백신 독려 메시지

21.07.19

by 이준수

얼마 전 교감 선생님이 메신저로 전체 쪽지를 보냈다. 내용은 지극히 단순하다. 모든 교직원은 방학 기간 중 백신 2차 접종을 마무리 해주십시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라는 단서가 붙어있기는 하였지만, 1차 접종 마감 기한은 7월 31일이었다. 그것도 빨간 글씨로.


느긋하게 방학 끝날 무렵에나 맞으려 했더니 불가능하게 되었다. 1차 접종 시기를 보고 해야 하기 때문이다. 화이자 백신은 1차, 2차 접종 간격이 3주다. 개학식이 8월 24일인 우리 학교는 어떻게든 방학 중에 2차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기에 1차 접종이 늦어져서는 안 된다고 압박이 오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31일(토)에 백신 예약을 했다. 아내도 같은 날 한 시간 간격을 두고 예약을 걸었다. 왜 학교에서는 방학 중 2차 접종 완료를 이토록 강조하는 걸까. 교육부에서 2학기 전면 등교를 추진하기 때문에, 백신 맞는 날은 공가를 써야 하기에 학기 중에 맞으면 결보강 강사를 구해야 해서, 공무원이기에 본보기로. 나는 갑자기 궁금해서 아내에게 물었다. 자기네 학교도 이렇게 강제성이 있냐고. 그랬더니 묘한 뉘앙스가 담긴 대답이 돌아왔다.


"강요하는 건 아니라고 적혀있던데. 그냥 백신 맞는 날 복무를 공가로 내달라고 전달받았어."


흠, 역시 동해와 삼척은 분위기가 다르다. 분명 강원도교육청에서 똑같은 내용의 공문이 뿌려졌을 텐데도, 현장의 전달방식이나 워딩에서 차이가 난다. 삼척이 확실히 동해보다 보수적이다. 좋게 말하면 '돌격! 앞으로' 하고 단합이 잘 된다. 바로 옆에 붙은 동네끼리 무슨 말이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나는 여러 차례 이질적인 교직 풍토를 피부로 느꼈다. 가령 삼 년 전에 디지털 교과서 사용과 관련하여 인근 학교 선생님을 대상으로 연수를 하러 다닌 적이 있다. 같은 교재로 같은 커리큘럼을 진행하였기에 별반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참석인원부터 달랐다.


삼척에서 진행한 세 번의 연수에서 교원 참석률은 70%가 넘었다. 조퇴, 출장, 육아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교원이 참석했고 교장, 교감 선생님까지 자리를 지키셨다. 반면 동해에서 진행한 연수는 30%대에 머물렀다. 연수 수강에 강제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동해에서는 소위 관리자의 군림이나, 강제 동원 같은 것들이 없다. 어째서 그런 것일까.


나는 속초 선생님께 흥미로운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속초, 동해는 전교조가 세잖아요."하고. 속초와 동해는 유사점이 있다. 일단, 매우 작은 면적을 가진 도시다. 거의 대부분의 학교가 시내 권역에 속해 있어 출퇴근이 편하고, 농어촌 학교 가산점이나 벽지 가산점이 적용되는 학교가 드물다. 한 마디로 승진 점수를 개의치 않는, 교포족(교장 포기족, 나도 이 부류의 한 사람)이 선호하는 지역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삼척은 서울 면적의 약 두 배에 달하는 광활한 지역이다. 분교, 60명 이하 소규모 학교, 농어촌 학교, 벽지 학교가 여럿이다. 모두가 승진 가산점을 획득하기 위해 삼척 시골까지 오는 건 아니지만 분명 가산점은 승진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모으는 유인이 된다. 남성 교원 비중이 높다는 점도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벽지에 근무할 때 전체 교원의 2/3가 남성이었다. 여초 집단인 초등학교에서 이는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아무래도 교포족은 관리자가 되려는 승진족보다는 개인의 취향과 선택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 가정이 성립한다면 동해시에서는 집단주의나 권위주의 문화가 형성되기 어렵다. 속초도 유사한 양상일 것이고.


백신 접종 독려 메시지 하나를 두고 지역의 색깔을 단정 짓는 건 무리가 따르겠지만, 오랜 시간 쌓여 온 지역의 이미지와 소문은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그나저나 백신 맞고 별 탈 없어야 할 텐데. 요즘 유독 백신 접종 후 사망한 30대 남성의 사연이 섬뜩하게 읽힌다. 그런 기사를 일일이 찾아서 읽는 나 자신의 심리도 도무지 알 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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