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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는 글 쓰는 몸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다. 너무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절대다수는 실천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3주 글쓰기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보통 수준을 넘어섰다. 빌 게이츠와 제프 베이조스 같은 세계 최고 부호들이 독서광에다 글쓰기 중독자라는 사실을 알고도 꿈쩍하지 않는 사람이 세상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아이디어 털어내기는 본격적인 글을 쓰기에 앞서 생각과 느낌을 쏟아내는 작업이다. 의식의 흐름에 편안하게 몸을 맡기고 최대한 솔직하게 쓰면 된다. 나는 윈도우 메모장을 사랑한다. 단순하기 그지없다. 하얀 빈 창에 커서가 규칙적으로 깜빡이는 모습이 좋다. 어차피 아이디어 털어내기로 쓴 글은 남에게 보이는 용도가 아니므로 생각나는 대로 쓰면 된다. 복잡한 문법이나 문체 신경 쓰지 말고 생각과 감정을 옮긴다는 느낌으로 해보자. 내가 하는 '아이디어 털어내기' 과정의 일부를 옮겨보겠다.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아무 특징도 없고, 감성도 안 실린 글을 누가 돈을 내고 읽어줄까? 만일 내가 공모전 담당자라면 로봇 녹음기 구술 기록이나 다름없는 평이한 글을 수상작으로 뽑을까? 조금이라도 색다른 관점이 있는 글, 재미와 감동을 주는 글, 커다란 깨우침을 주는 글에 눈길이 더 가지 않을까.
답답한 마음에 도서관에 가서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빌렸다. 그 안에서 내 고민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글쓰기 초보는 긴장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문장이 딱딱하게 굳어있다. 가식적이고, 식상한 표현이 반복된다. 긴장을 푸는 것이 중요했던 것이다. 나는 이후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아이디어 털어내기를 했다. 홍차나 커피를 곁들이며, 음악을 들었다. 그러자 글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개인에게도 로우 데이터는 필요하다. 나는 '아이디어 털어내기' 작업 없이 어떤 글도 쓸 수 없다. 돌아서면 툭, 자고 나면 툭. 나는 잘 까먹는다. 나이를 한 살씩 먹어갈수록 증상이 심해진다. 특별히 이상한 현상은 아니다. 본래 인간은 망각하는 동물이다. 인간의 뇌는 작업 처리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망각이라는 쓰레기 청소 작업을 한다. 덜 중요한 정보를 지우고, 의미 있는 정보를 장기 기억으로 보낸다. 나의 건망증은 지극히 정상적이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글 쓰는 사람에게 글감이 떠오르지 않으면 곤란하다.
그런데 가끔 어떤 분들은 하소연을 한다. 혼자서 묵묵히 글을 쓸 수가 없다는 것이다. 도저히 자극이 안 되고, 의욕도 금방 죽어서 일주일을 못 넘기겠단다. 나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위로를 드린 뒤, 글쓰기 그룹에 가입하시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혼자서 뚜벅뚜벅 목표를 향해 가는 사람이 있고, 의기투합하여 팀 플레이하는 사람이 있다. 글쓰기에도 성향 차이가 뚜렷하다.
나는 개인 단위로 글쓰기가 어려운 분들을 '장 의존형 field dependent'이라 부른다. 장 의존형은 환경을 바꿔주면 잘 쓴다. 글쓰기 도전 모임이나 커뮤니티에 가입해야 하는 편이 좋다. 글쓰기 모임에 가면 열정이 폭발하는 사람들이 폭포수처럼 글을 써 댄다. 하루에 두 편씩 막 쓴다.
멘토 역할을 하는 분이 있는 경우 간단한 첨삭과 함께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것 같았어요.' 같은 코멘트도 달린다. 장 의존형은 혼자서 할 때보다 그룹에 들어있을 때 의욕이 치솟는다. 3주 글쓰기는 물론 석 달 글쓰기도 무리 없이 해낼 수 있다.
장 독립형은 혼자서 슉슉 글을 쓸 수 있지만,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성장이 멈추기도 한다. 본인 자아에 심취한 나머지 '나는 이대로 완벽해. 딴 건 됐어.' 하고 제자리걸음을 할 가능성이 있다. 나는 '자뻑'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혼자서 이런저런 탐구를 했다. 갖은 시행착오 끝에 나에게 최적화된 돌파구를 발견했다. 바로 천재의 작품을 의무적으로 읽는 것이다.
천재는 나보다 뛰어나다. 천재는 여러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다. 천재의 업적을 두루 살피며 공부하는 것만으로 나는 성장할 수 있다. 이 단순한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면 그다음 일은 쉽다. 예컨대 나는 감상적으로 변하고 싶을 때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고, 돈이 벌고 싶으면 '모건 하우절'을 읽는다. 두 사람은 내게 언제나 최고 수준의 기쁨과 행복을 선사한다.
나도 언젠가는 이런 경지에 오르고 싶다는 건강한 동기를 부여해준다. 자신이 장 독립형이라면 천재를 읽자.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아이디어 털어내기의 기초 개념과 실제 사례를 살펴보았다. 성향에 따라 방법을 달리 해야 한다는 점도 수긍이 될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텅 빈 페이지를 여러분의 아이디어로 채우는 일뿐이다. 문장을 쓰다 보면 얼굴이 화끈거리고, 삭제 버튼을 누르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게 될 수도 있다. 단어 하나를 두고 '사랑'이 좋을지 '애정'이 좋을지 망설여져 밤에 잠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불면의 밤을 스물한 번 보내고 나서 첫날에 쓴 글을 읽어 보자. 내가 헛걸음하지 않았구나 하고 꿀잠을 잘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