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용돈 글쓰기를 블로그 대행 마케팅이나 체험단쯤으로 생각하시는 분이 계신데,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단 한 번도 건 당 얼마씩 쳐 줄 테니 해당 주제로 또는 서비스 홍보글을 올려달라 이런 제안에 호응해 본 적이 없다. 문자 메시지로 하루에 몇 번씩 날아오는데 받는 족족 스팸 처리해버린다.
만약에 내가 정말 왕초보에다 자신감이 없는 상태라면 한 번쯤 홍보 대행 알바를 해 볼 수는 있다. 그러나 경험해본다는 느낌으로 잠깐 해야지 길게 끌고 가면 결코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종류의 글쓰기는 단가가 저렴하고(광고 수익의 대부분은 업체가 가져간다), 글의 형식이나 구성도 단편적이다.
결정적으로 본인 블로그의 품질이 저하된다. 마케팅 아르바이트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업체가 써준 글을 그대로 본인 블로그에 올리거나, 본인이 체험단 형식으로 홍보글을 쓰는 것이다. 사업의 일환으로 가치가 있을지는 몰라도 글의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키워드 검색에 혹하여 블로그를 방문한 사람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거나, 작가의 팬이 된다든지 하는 선순환은 좀처럼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용돈 글쓰기의 성장 모델은 자신의 가치를 높여 원고료를 많이 받는 것이다. 용돈 글쓰기는 일종의 저강도 작가 생활이다. 전업이 아니기 때문에 몸이 상하지 않게, 지겹지 않을 만큼 글을 쓰는 것일 뿐이다. 그렇게 찔끔찔끔 써서 어느 세월에 돈을 버냐고 불안해하지 말자.
시작은 미약할 수 있다. 그러나 글쓰기 실력이 쌓이면 단행본을 출간할 수도 있고, 서점 북토크나 고등학교 작가와의 만남 특강 강사로 초청받기도 한다. 믿을 수 없겠지만 뿌리가 땅 아래로 뻗듯이 다음 나아갈 자리가 계속 생긴다. 스스로 준비되어 있고, 꾸준히 글을 쓰면 복리처럼 활동 영역이 넓어진다. 나도 지난 오 년 간 마법 같은 일들을 겪었기에 드리는 말씀이다.
그럼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 나의 경험을 소개하겠다. 나는 실전을 중시해서 글을 돈으로 환전할 수 있는 플랫폼부터 먼저 찾았다. 인터넷에 오마이뉴스라는 언사가 있다. 여기서 시민기자로 등록하면 정식 기자가 아니어도 기사를 작성할 수 있다. 강성 진보 언론이라고 겁먹는 분들이 있는데 정치색과 관계없이 생활 관련 기사는 아무나 써도 된다. 글쓴이의 배경이나 학력, 경력을 따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마이뉴스는 꽤 편하다.
만약 오마이뉴스가 내키지 않으면 다른 플랫폼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원고를 돈으로 바꿔주는 유료화 플랫폼이면 어디든 괜찮다고 생각한다.
오마이뉴스를 이용하겠다고 가정하고, 회원 가입을 해보자. 가입은 일반 회원과 기자 회원 두 가지가 있는데 기사를 쓰려면 기자회원을 클릭하면 된다. 시민기자 가입 비용은 무료다. 로그인을 한 후 홈페이지 상단의 <시민기자 기사 쓰기> 버튼을 누르면 기사를 작성할 수 있다. 블로그 글쓰기와 매우 흡사하다.
나는 초등학교 교사이므로 학교에서 겪을 일을 추려 기사를 썼다. 거창한 사건이 없어도 된다. 사고의 흐름이 일목요연하게 잘 드러나고, 독자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줄 수 있으면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 예시로 2021년 10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유행하던 무렵 쓴 기사를 살펴보자.
당시 4학년 담임을 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19금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다. 넷플릭스에서 <D.P.>와 <오징어 게임>을 봤고, 공중파에서는 <펜트하우스>를 봤다. 몰래 보면 부끄러워하기라도 하는데, 부모님이 계정을 공유하거나 같이 보는 형편이니 교실에서도 당당하기 그지없었다.
하루는 범생이 친구가 내게 다가와서 <오징어 게임> 4화 27분에 재미있는 장면이 나온다고 했다. 나도 며칠 뒤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4화 27분은 화장실 러브씬이었다. 그것도 좀 더럽고, 불쾌한, 거래적 섹스. 모범생이 담임한테 대놓고 말할 내용은 결코 아니었다.
다음날 출근해서 학생에게 드라마 재밌게 봤냐고 물었다. 아니요! 자기는 넷플릭스 가입자가 아니라며, 다른 반 애한테 들었다고 했다. 문제의 다른 반 녀석도 직접 드라마를 시청하지는 않았고, 유튜브에서 드라마를 소개해주는 영상을 보았다며 발뺌했다.
나는 학교에서 겪은 일련의 사건을 죽 소개한 뒤 '프로그램 등급제'가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를 썼다. 기사는 최고 등급을 받아 홈페이지 및 네이버 뉴스판 메인에 배치되었다. 추천수도 높았고, 공유도 활발히 일어났다.
해당 원고를 조금 수정하여 강원도 교육청 교육 블로그에 칼럼으로 기고했다. 역시 반응이 뜨거웠다. 그러다 한 달 뒤쯤 해당 원고를 '강원교육 맑음'이라는 학부모 잡지에 실을 수 있냐는 제안을 받았다. 오마이뉴스에 똑같은 원고가 있어도 괜찮겠냐고 문의했는데 전혀 상관이 없다고 했다. 나는 흔쾌히 동의하고 분량을 살짝 조절하여 다시 원고를 보냈다.
오마이뉴스 기사로 시작한 하나의 원고로 세 군데에서 총 20만 원이 넘는 원고료를 받았다. 종종 이런 일이 발생한다. 또 기사를 네이버 블로그나 브런치에 올려두면 데이터가 된다. 1년 뒤 우연히 글을 읽은 누군가가 좋았다면서 다른 원고를 청탁하기도 한다. 잘 쓴 글은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오마이뉴스에서 받은 원고료만 420만 원이 넘는다.
나는 오마이뉴스 기사를 베이스로 하여 발전시킨 원고로, 공모전에서 큰 상을 세 번 받았다. 2017 탄광지역 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2018 협성 독서왕 독후감 공모전 일반부 3위를, 2020 <삶을 위한 수업> 독후감 공모전 대상을 받았다. 상금은 각각 100만 원이었다. 그 밖에도 소소한 공모전, 이벤트에서 입상하곤 하였는데 과거에 내가 써 두었던 오마이뉴스 기사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오마이뉴스의 또 다른 장점은 기사마다 편집자가 붙는다는 것이다. 출판을 하지 않는 이상 일반인이 편집자를 만날 기회는 거의 없다. 그런데 시민 기자가 기사를 탑재하면 오마이뉴스 상주 직원인 전문 기자가 시민 기자의 원고를 다듬어 준다. 문단 간격을 손 보고, 헤드라인도 잡아 주며, 필요하면 사진도 추가로 넣는다. 무료 편집 서비스나 마찬가지다.
글 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편집된 원고는 훌륭한 공부 거리였다. 거친 원고도 편집자의 손을 거치면 꽤 쓸만한 기사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나중에 출간 작업을 할 때도 편집자의 덕을 톡톡히 봤다. 실상 책은 저자와 편집자의 2인 3각이나 다름없다. 그런 의미에서 오마이뉴스의 편집 서비스는 정말 좋다. 편집 하나로 글의 가독성이 높아지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경험을 하고 나면 앞으로 내가 어떤 방식으로 글을 써야 할지 다양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다음 소개할 사이트는 '엽서시문학공모전'이다. 이곳에서는 현재 진행되는 거의 모든 공모전, 이벤트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일종의 문학 공모전 종합 포털이다. 다루는 장르도 폭이 넓다. 시, 평론, 희곡, 아동문학, 수필, 시나리오, 독후감, 수기, 소설 등 글과 관련된 온갖 종류의 콘텐츠를 다룬다.
나는 수시로 엽서시문학공모전에 방문한다. 2017 탄광지역 수기 공모전(대상), 2018 협성 독서왕 독후감 공모전(일반부 3위), 2020 <삶을 위한 수업> 독후감 공모전(대상) 소식도 바로 이 사이트에서 찾았다. 첫 화면이 다소 정신없게 느껴질 수 있는데, 몇 번 클릭하다 보면 감이 온다.
그 밖에도 좋은 생각 생활문예대상(12회, 15회, 16회 대회 입선), 2019 책방 라이브 공모전(장려), 2020 김해시 올해의 책 독후감 공모전(장려), 2021 제4회 내가 만난 참사람 에세이 공모전(우수), 2021 종로 전국 행복 에세이 공모전(입선), 2021 벡델 공모전(에세이 부분 선정), 2021 <의궤, 일상에 스미다> 공모전(3위), 2022 BASIL 지구 생활 수기 공모전(우수) 등 스무 차례 넘는 입상의 기쁨을 엽서시문학공모전 사이트를 통해 누릴 수 있었다.
공모전 소식이 아니더라도 각종 글쓰기 관련 강좌 및 커뮤니티도 소개하고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즐겨찾기를 해놓으시길 바란다.
오늘은 오마이뉴스와 엽서시문학공모전을 소개했다. 그런데 정작 나는 요즘 바쁘다는 핑계로 오마이뉴스 활동을 뜸하게 했다. 반성의 의미로 아무 주제나 잡아서 문단 세 개를 쓸 것이다. 일단 써 놓으면 열흘쯤 뒤에는 기사를 완성하여 송고할 수 있다.
밤에 체력이 남는다면 엽서시문학공모전에 들어가서 용돈 벌이 할만한 소식이 없나 살필 것이다. 분량이 짧으면 좋고, 상금이 빵빵하면 더 좋다. 여러분, 용돈 글쟁이의 일상은 대충 이렇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