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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자꾸 사들이는가?

아침독서신문 118호 10면 '함께 읽어요'

by 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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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멋진데!』

마리 도를레앙 글·그림 / 이정주 옮김 / 48쪽 / 9,500원 / 이마주


사람은 필요 이상으로 소유한다. 냉장고에서 썩어 가는 피자 조각을 꺼내거나, 계절마다 헌옷수거함에 담을 옷을 추려내는 내 모습을 볼 때마다 왜 이 짓을 반복하는지 스스로에게 의아했다. 맨날 돈 없다고 투덜거리고 신용카드 포인트나 챙기는 처지이지만 언제나 버릴 것들은 넘쳐났다. 생각해보면 지갑을 여는 순간마다 어떤 이유가 있었던 것 같은데 정확하게 왜 돈을 썼는지 알 수 없었다. 귀신에 홀린 듯 소비하며 살아온 인생이었다. 『오, 멋진데!』는 비싼 쓰레기를 자발적으로 사들이면서 공허함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읽으면 딱 좋은 그림책이다.


이야기의 배경인 시장 한 구석에 온갖 잡동사니를 늘어놓은 상인이 앉아 있다. “자, 사세요! 외투, 대접, 단추, 소시지, 화병, 소파, 양탄자, 구두 (…) 트럼펫, 수영복이 있어요…….” 지루한 표정의 상인이 외쳐보지만, 비둘기가 땅바닥을 쪼아대고 개가 소시지를 훔쳐갈 뿐 손님은 없다. 새로울 것 하나 없는 물건에 사람들은 일말의 관심도 주지 않는다.


응답 없는 외침에 목이 아팠던지 상인은 전략을 바꾼다. “자, 사세요! 구두잔, 가방모자, 양탄자우산…….” 그 말에 길 가던 사람들이 발걸음을 우뚝 멈추고 새로운 물건에 주목한다. 손을 길게 뻗어 서로 물건을 먼저 사기 위해 아우성치는 손님들.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결제하려 허둥지둥 카드를 꺼내는 내 모습이 딱 그랬다.


“오, 멋진데!” 물건을 사는 데 긴 설명은 필요하지 않았다. 값이 평소보다 싸니까, 남들이 미친 듯이 사니까, 따라가지 않으면 유행에 뒤처져 보이니까 샀다. 그림책을 보니 나만 그런 건 아닌 모양이다. 상인의 말솜씨에 현혹된 사람들은 새로운 패션에 흥분하며 고무호스를 목에 감고, 구두에 물을 받아 마신다. 소녀들은 줄줄이 소시지로 줄넘기를 하고, 멋진 코트를 걸친 아주머니는 붉은 냄비를 머리에 쓰고 다니지만 아무도 불편함을 호소하지 않는다. 불편함은 멋과 세련됨을 위해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몫처럼 애써 무시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남자가 잡동사니 상인 맞은편에 물건을 늘어놓고 외친다. “자, 사세요! 식사를 할 수 있는 식탁이 있어요. (…) 자르는 데 쓰는 가위가 있어요. 목욕할 수 있는 욕조도 있어요.” 그 말에 길 가던 사람들이 발걸음을 우뚝 멈추며 돌아본다. “오, 멋진데! 여태껏 그런 건 없었잖아?” 남자는 우르르 몰려든 손님을 보며 좋아한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뜨끔했다. 열광하는 손님들을 보며 미소 짓는 남자. 사람들이 땀 흘려 번 돈을 너무나도 쉽게 거두어 가는 그 남자가 분명 우리 주변에도 있을 것이다. 화려한 광고와 솔깃한 제안에 넘겨준 그 돈이 어떤 돈인가? 잠을 줄이고 일하며 가족들 얼굴 볼 새도 없이 어렵게 번 돈이 아닌가?

물건의 가치와 쓸모는 영원하지 않다. 유행이 지나면 황금빛으로 밝게 빛나던 물건들은 신품과 명품의 거짓 아우라를 벗고 초라한 쓰레기로 변해간다. 이 책은 한 순간의 흔들림으로 비싼 쓰레기를 거둬들이는 건 아닌지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3학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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