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학교의 맛

웃으면 행복하죠~~

행복한 하루~~

by 이준수

나는 새 학기에 교실을 옮기게 되면, 전임자가 만들어 놓은 것 중 쓸만한 것들을 그냥 남겨두는 편이다. 손재주가 썩 좋지 않기에 남이 공들여 만든 물건을 폐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아까운 기분이 든다. 전임자의 흔적을 말끔히 씻어버리고, 완전한 무無의 상태에서 차곡차곡 자신의 색깔을 입혀나가는 스타일의 선생님과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우리 반에도 여지없이 과거의 흔적이 남아있다. 바로 앞문과 뒷문에 붙어있는 인사말이다. 뒷문에는 '웃으면 행복하죠~~'가, 앞문에는 '행복한 하루~~'가 코팅된 상태로 반짝이고 있다.


우리 반은 지난 몇 년 간 교실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되었으므로 인사말은 상당히 오래 전에 만들어진 듯 하다. 코팅지가 약간 너덜거려서 떼어 버릴까 하다가 문구가 재미있어서 남겨두었다.


웃으면 행복하죠~~


나는 뒷문을 열 때마다 작게 소리 내어 '웃으면 행복하죠~~'를 따라 한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자꾸 하다 보면 좀 웃기다. 보통 '웃으면 행복해요 ^^'나 '웃으면 복이 와요 ^-^' 따위가 붙어있지 않나? 적어도 내가 지금껏 십수 년 간 겪은 교실은 그랬다. 혹은 대선배님의 교실에서 본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처럼 클래식한 맛이 있거나.


그런데 '웃으면 행복하죠~~'는 조금 특이한 감이 있다. 물결 두 개가 포인트다. 왜 하필 ~~ 이란 말인가. 이걸 소리 내어서 읽으면 웃으면 행복하죠오오오 처럼 된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이런 식으로 잘 말하지는 않는다.


웃으면 행복해집니다 :-) 라든가 웃어요 스마일 ^^ 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그런데 마치 독백하는 말투로 '웃으면 행복하죠오오오'라니 뭔가 체념하는 것 같기도 하고, 될 대로 되라는 식 같기도 하다. "예, 그렇지요. 웃으면 행복하시군요"하고 대꾸라도 해 주고 싶다.


우리 교실에 '웃으면 행복하죠~~'와 '행복한 하루~~'를 정성껏 코팅해서 붙인 사람은 어떤 성격의 소유자였을까? 모르긴 몰라도 행복한 인생을 지향했던 사람이라는 것은 확실히 알겠다. 그렇지만 앞문을 지날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나였다면 기합을 팍 넣어서 "행복한 하루우우우!!!" 느낌표 세 개를 붙였을 거라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갑작스러운 전환과 선물의 아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