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전환과 선물의 아우라
21.12.03
오늘은 다인이의 마지막 등교일이었다. 그러나 다인이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감기 기운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남은 짐은 부모님께서 수업 종료 후에 와서 챙겨 가기로 했다. 내가 출근했을 무렵 다인이 책상에는 선물이 잔뜩 쌓여있었다. 핫팩과 스티커, 형광펜이 보였다. 편지와 함께 놓여있는 그 물건들은 주인이 얼른 와서 풀어봐 주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홉 시가 넘도록 다인이가 오지 않자, 선물과 편지를 남긴 친구들은 초조해졌다.
"선생님, 다인이는 왜 안 와요?"
"아프대."
"벌써 강릉으로 간 건 아니죠?"
"오후에 부모님이 오실 거야."
실망인지 안도인지 구분이 힘든 한숨이 여기저기 나왔다. 어쨌든 헤어지는 아쉬움을 간접적으로나마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선물은 포장지 때문인지 외관이 제법 요란했다. 수업 중에 시선을 끄는 물건은 좋지 않다. 학생의 주의를 훔치고 집중력을 흩트린다. 그러나 어쩐지 나는 선물 더미를 치우고 싶지 않았다. 거기에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따뜻한 마음과 정성이 담겨있었다. 슬쩍 지나가기만 해도 가슴이 뜨끈해지는 기운이 느껴졌다. 결국 선물과 편지는 수업이 모두 종료될 시점까지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
신기한 물품이 있으면 누구든 와서 손을 대고, 들여다볼 법도 한데 사정이 있는 물건 임을 아는 탓인지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 감히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가드 라인처럼 책상 주위에 쳐져있었다. 다인이 부모님은 아이들이 하교하고 십분 가량이 지났을 무렵 오셨다.
나는 사물함과 책상 서랍에 든 얼마 남지 않은 교과서와 고무공 등속을 챙겨드렸다. 다인이 어머님은 친구들이 준 선물을 작은 종이 손가방에 따로 담아 가셨다. 큰 쇼핑백에 무작위 하게 담기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라고 판단하신 듯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서로 정중하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강릉으로 떠난다는 소식을 들은 지 이틀 만에 다인이의 자리는 깨끗이 비워졌다. 갑작스러운 소식이었고, 갑작스러운 전환이었다.
이제 여자 체육부장은 없다. 두 번째 줄 제일 앞자리도 비어있다. 발표왕 상위권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다인이는 다음 주부터 교실에 나오지 않는다. 나는 대비해둔 것이 하나도 없다. 왜 이제야 추후에 해야 할 일들이 떠오르는 걸까. 사실 아직까지도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변화를 현실적인 영역에서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리는 나는 아무래도 다인이 책상을 당분간 그대로 두고 써야 할 것 같다. 종업식까지 한 달밖에 남지 않았으므로 그냥 쭉 바뀜 없이 지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