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아내는 와이퍼스에 매달 후원을 신청했다. 각각 만 원씩, 총 이 만원이다.
원래는 인세의 10%를 후원해 왔다. 죄송하게도 인세가 띄엄띄엄 나오는 데다 인세가 크지 않아 별 도움이 되지 못 했다.
이로써 우리 부부가 매달 정기 후원하는 곳은 다섯 곳이다. 일시 후원을 제외한 목록이다.
그린피스 5만원, 오마이뉴스 2만원, 서울 환경연합 1만원, 초록우산 1만원, 와이퍼스 2만원으로 늘었다.
소소하지만 끈질긴 후원. 이것이 우리 집의 후원하는 마음가짐이다.
사실 십 년 전만 해도 후원이나 기부에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다. 기부금을 이상한데다 자기들끼리 써먹는 것 아니야?
그런 의구심을 핑계삼아 소액 만을 기부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마음이 바뀌었다.
세상에는 소중한 가치를 위해 자기 인생을 바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평범한 생활인이 그 분들께 마음을 보탤 수 있는 방법은 기부였다.
와이퍼스는 플로깅 및 환경 교육, 행사를 진행하는 비영리단체다.
실제로 한국의 기부 비중과 기부 참여율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13세 이상 국민의 기부 참여율은 2011년 36.4%에서 2021년 21.6%로 감소했다.
기부 의향 또한 같은 기간 45.8%에서 37.2%로 줄었다.
GDP 대비 기부 비중은 더 심하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부액 비중은 0.5% 수준이다.
2011년 0.79%에서 2021년 0.75%로 거의 변화가 없다.
세계기부지수 순위로 따지면 2022년 기준, 한국은 119개국 중 88위에 해당한다.
미국(3위), 호주(4위)는 물론 중국(49위)보다도 낮은 순위다.
한국의 기부자 비율은 32.7%로, OECD 34개 회원국 중 24위다. OECD 회원국 평균(43.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다수의 기부자가 적은 액수를 기부하는 유럽과 달리 한국은 소수의 기부자가 많은 액수를 기부한다.
소위 성공하신 분들이 사회적 환원 차원에서 거액을 기부하는 것이다. 종종 뉴스에서 볼 수 있는 엘리트 분들 말이다.
기부를 하면 나에게 득이 된다. 정신적, 신체적, 금전적 측면에서 실질적 도움이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2014년에 발간한 보고서(보건사회연구 40(1), 2020, 178-205 Health and Social Welfare Review 178 http://dx.doi.org/10.15709/hswr.2020.40.1.178)에 따르면
기부 행위는 삶의 만족감을 높이고 우울감을 경감시킨다.
기부 시 뇌의 보상 영역(Ventral Striatum)이 활성화 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불안과 울적한 기분이 나아지는 것이다.
재미있는 데이터도 있다.
미국 자선연구센터(COPPS)의 2001년부터 2007년까지의 패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기부금 세액공제 혜택이 큰 그룹일수록 건강 상태가 우수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기부액의 증가는 고혈압, 폐질환, 관절염, 당뇨, 암, 심장질환, 정서적·심리적 장애, 비만 등의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와 건강 지표 개선이라니 예상치 못한 상관 관계다.
세액공제 혜택을 빼먹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공익법인이나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하면 지정기부금으로 분류된다.
1,000만 원 이하면 기부금의 15%, 1,000만 원 초과 시 초과분에 대해 30%를 공제해준다.
나는 근로소득자이므로 총 급여의 30%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연말 정산을 받을 때 살펴보면, 일종의 보너스 같은 기분이 든다.
기부는 일방적으로 손해보는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나의 건강을 위해 이기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