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이제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재분류되었다.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이뤄진 변화다.
법 하나 통과되었다고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뉴스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내게는 학교를 파괴할 수도 있었던 소행성이 지구를 가까스로 스쳐 지나간 소식처럼 느껴졌다.
법적 지위 변경의 의미
법적 지위 변경은 단순히 행정적 조치가 아니다. 이는 한국 교육의 중요한 방향 전환을 상징한다. 디지털 교과서가 교육자료로 격하된 이유는 다양하다.
학습 효과에 대한 의문: 디지털 교과서의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
디지털 의존 부작용: 스마트 기기 사용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사회적 격차 문제: 가정의 사회 경제적 상황에 따라 디지털 기기 활용도가 크게 달라진다.
무엇보다, 교육 주체인 학부모와 교사들의 부정적 인식이 높았다. 학교와 가정에서 아이와 스마트폰으로 전쟁을 치르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디지털 기기가 아이들의 삶을 얼마나 잠식하는지.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는 『불안 세대』에서 중요한 지적을 한다.
"부모들이 현실 세계에서는 자녀를 과잉보호하면서 디지털 세계에서는 과소보호하고 있다."
이 말은 교육 현장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디지털 교과서를 철회한 국제 사례
우리나라보다 먼저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했다가 철회한 국가들이 있다. 그들의 경험은 귀중한 교훈을 제공한다.
핀란드는 "펜과 종이의 낭만을 다시 찾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웨덴은 "디지털을 버리고 종이로 돌아가는 교육적 귀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미국의 알트스쿨은 "학생들이 아닌 투자자들만 웃었다"는 비판을 남기며 문을 닫았다.
오프라인 매체의 클래식한 강점
나는 종이 교과서와 연필, 공책을 여전히 애용한다. 단순히 고전적 취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종이를 넘기는 소리와 글씨를 쓰는 감각은 학습의 몰입도를 높인다. 물리적 경험은 "배우고 있다"는 심리적 확신을 준다.
나는 디지털 패드로 필기하면 어쩐지 머리에 잘 안 들어오는 기분이 든다.
이는 단지 기분 문제가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뇌가 학습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서 디지털 매체의 효율이 떨어진다.
수업 시간에 잠깐 하는 낙서도 학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사회 시간에 세종대왕의 업적을 배우며 만 원 지폐를 그리는 장면처럼, 손글씨와 낙서는 기억력과 창의력을 자극한다.
선생님들이 적당한 낙서를 눈감아주는 이유가 여기 있다.
또한, 오프라인 학습은 인간적 교류를 기반으로 한다. 수학 시간에 문제가 잘 안 풀릴 때 짝꿍이 도움을 주는 순간이 떠오른다.
종이 교과서는 학습 도구일 뿐만 아니라 인간 관계의 기초가 된다.
스마트 패드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 걱정도 없고, 방해가 되는 알림도 없다.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의구심
이번 정부는 AI 디지털 교과서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그러나 탄핵 정국이 아니었다면 AI 교과서 격하도 실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기술은 단지 도구일 뿐, 교육의 목적이 될 수 없다.
교육은 철저히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실험은 위험하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디지털 교과서의 지위 격하를 넘어, 우리 교육이 어디로 나아갈지 고민하게 만든다.
여러분은 이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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