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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최고? 여아선호의 시대

by 이준수

딸만 둘 키우고 있다. 그래서 인지 요즘 어딜 가면 축하를 받거나 부러움을 산다. 나로서는 머리를 긁적이게 되는 변화다. 둘째가 태어날 무렵만 해도 막내 아들 어쩌고 하는 조언(?)을 꽤 들었기 때문이다.



딸 선호 시대,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


최근 들어 '딸 선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과거 남아 선호 사상이 지배적이던 사회에서 어떻게 이렇게 급격한 변화가 생긴 걸까? 이는 문화적, 경제적, 정서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한국리서치의 '2022 자녀·육아인식조사'에 따르면, '딸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55%로 '아들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의견 31%를 크게 앞질렀다. 특히 60대 이상 보수적인 세대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유 중 하나는 양육의 즐거움이다. 딸을 키우는 것이 아들보다 정서적으로 풍부하고 재미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실제로 '아들을 키우는 것이 어렵다'는 응답은 49%인 반면, '딸을 키우는 것이 어렵다'는 응답은 37.9%에 불과했다.



정서적 교감과 효도의 기대


딸과의 정서적 유대감이 아들보다 더 강하다는 인식도 크다. '딸이 아들보다 부모에게 더 효도할 것이다'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실제로 치매 노인을 돌보는 주 부양자의 82.4%가 여성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부모의 노후를 대비하는 측면에서 딸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 '부모님 보약 지으러 온 자식들 90%가 딸'이라는 말처럼, 딸이 부모의 정서적, 신체적 지원에 더 적극적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경제적 부담도 한몫


아들을 키우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든다는 인식도 딸 선호를 강화하는 요인이다. 사교육비, 결혼 자금, 주택 마련 비용 등에서 아들이 부담해야 할 몫이 크다는 전통적 사고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서는 결혼 자금으로 남성이 평균 1억 3700만 원을, 여성은 6700만 원을 사용한다고 답해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이러한 경제적 부담은 가계의 재정 상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부모들이 아들보다 딸을 선호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사회적 변화와 여성의 역할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도 딸 선호 현상의 주요 요인이다. 과거 남성 중심이던 경제구조가 변화하고, 여성의 교육 및 취업 기회가 증가하면서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압박이 줄어들었다.


2005년 호주제 폐지도 영향을 끼쳤다. 부계 중심의 가부장적 제도였던 호주제가 폐지되면서, 성별에 따른 자녀의 역할 구분이 희미해졌다.


미디어와 문화의 영향


'딸바보'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만큼, 미디어의 영향도 크다. 배우 송중기, 축구선수 이동국 같은 유명 인사들이 딸과의 애정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면서 딸을 키우는 행복한 모습이 부각되고 있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딸과의 친밀한 관계가 강조되며, 자연스럽게 딸 선호 현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딸 선호, 긍정적일까?


그러나 딸 선호 현상이 무조건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과거 남아 선호 사상이 사회적 불균형을 초래했던 것처럼, 특정 성별에 대한 쏠림 현상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가령 남아 선호 사상이 한창일 무렵 태어난 남성들은 현재 결혼 시장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성 잉구 과잉 상태에서 결혼 적령기 남성 간 경쟁이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결혼 비용이 남성에게 더 많이 부과되는 특정 문화권에서는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결혼 자체를 포기하게 되는 사례도 있다.


지금의 여아선호 흐름은 우리 사회가 균형을 맞춰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남아가 인기 있었으니, 이번에는 여아를 하는 움직으로.


하지만 딸 둘을 가진 아빠로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딸의 장점을 대입해 보니 정말 굉장한 행운을 누리는 것 처럼 보인다.


딸을 키우면 재밌고, 효도도 잘하며, 보약도 지어오고, 전화도 자주 하고, 기념일도 잘 챙기고, 결혼할 때 부담도 덜 하고, 내가 치매에 걸리더라도 돌봐줄 확률이 높다는 의미가 아닌가.


딸 키우는 재미가 크다는 점은 인정한다. 나 역시 딸을 낳아서 좋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일반론은 반드시 허점이 있다. 딸만 좋다고 한다면 출산 확률의 절반인 아들은 별로란 말인가.


진실은 언제나 간단하다. 좋은 아들이 좋고, 좋은 딸이 좋다. 나 같이 딸 가진 부모는 "딸이 최고야" 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좋은 아들도 많다. 나는 얼마나 좋은 부모인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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