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보다는 시간

2025.12.14

by 이준수

일요일이라 7.2km를 뛰었다. 이번 달리기는 빨리 뛰는 것도, 멀리 뛰는 것도 목표가 아니다. 45분 넘게 뛰는 것이 유일한 목표였다. 나는 그야말로 초보 러너. 속도를 높여 기록 단축을 꿈꾸기에는 '기본자세'도 잡히지 않은 생초보다. 요즘 내가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폼'을 무너뜨리지 않고 오래 뛰기다. 여기서 말하는 폼은 호흡을 어느 정도 유지하며 심장이 미친 듯이 뛰지 않는 수준의 견고한 달리기를 의미한다.


러닝을 하기 전에는 그저 '심폐지구력'이 좋으면 다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뛰어보니 단순히 심장과 폐 문제가 아니라 근육과 뼈를 생각해야 했다. 두 달쯤 달리면 숨쉬기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다. 반면 뼈과 근육의 개선은 더디다. 더 뛰어도 될 것 같은데 하는 기분이 들어 2km를 내달리면 종아리가 팽팽하게 당긴다. 허벅지 뒤쪽이 뻣뻣해지며 햄스트링이 올라온다. 심폐와 근골격 사이에 시차가 있는 것이다.


달린 후에 시간을 들여 정성껏 마사지와 스트레칭을 하지 않으면 금방 근육통에 시달린다. 7.2km를 뛰고 나서도 종아리가 아팠다. 종아리 근육을 양손으로 오랫동안 주물렀다. 허벅지도 힘껏 마사지했다. 오늘의 페이스는 6분 45초였다. 만일 욕심을 내어 6분 30초 페이스로 올렸다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지 않았을까. 저번에 무리해서 6분 00초 페이스를 시도했는데 무릎도 아프고 허벅지도 얼얼해서 고생했다. 내 몸은 아직 6분 페이스 단계가 아니었다.


6분 45초, 내가 평정심을 유지하며 달릴 수 있는 페이스다. 시계로 굳이 재지 않아도 감각으로 대충 느낄 수 있다. 일 년을 네 개의 분기로 쪼갠다면, 다음 3개월의 목표는 '6분 45초 페이스로 1시간 달리기'다. 전문 코치의 지도를 받아 영양제를 섭취하며 달린다면 더 빠르겠지만, 나의 목표는 '팔팔 할아버지 러너'다. 만 서른여덟 인 나에게는 아직 오십 년이 남아있다. 여든여덟에도 팔팔하게 뛰려면 무리는 금물이다. 나 같이 게으른 사람에게 장기 목표는 꽤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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