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1
운동 의지가 약한 사람은 강제로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달리기 최장 거리가 7.2km에 불과한 주제에 10km 코스 마라톤에 접수했다. 2026년 4월 25일에 열리는 '황영조 국제마라톤' 이야기다. 참가비 45000원도 보냈다. 이제 되돌릴 수 없다.
나는 호기심이 많다. 새로운 것에 관심이 간다. 비용이나 품이 들지 않으면 직접 몸으로 겪어보는 편이다. 대신 어떤 행위를 일상의 영역으로 가져와 꾸준히 하는 일은 어려워한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에너지도 배분해야 한다. 어지간히 좋아하지 않고서는 루틴이 되지 않는 것이다. 지금까지 루틴의 목록에 들어있는 것들을 살펴보자. 책 읽기, 글쓰기, 맨몸운동(풀업이나 푸시업) 그리고 낮잠. 이것들은 내가 십 대 후반부터 해왔다. 생활의 일부인 셈이다.
그간 여러 루틴 후보들이 내 인생을 스쳐갔다. 탐조, 레고조립,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자전거 타기. 이것들은 꽤 흥미로웠고 지금도 간간이 즐긴다. 그렇지만 결코 루틴이라 칭할 수는 없다. 활동 자체는 좋지만 지속성을 유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말 오랜만에 변화가 생겼다. '달리기'가 루틴의 유력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일반 운동화와 맨투맨 티셔츠로 시작한 달리기는 몇 달째 진지한 취미 행위로 계속되고 있다.
분명 큰 기력을 소모해야 하는(후련한 방식으로 피로한) 취미임에도 달리기에는 멈출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머리와 마음을 깨끗한 물로 씻어내는 듯한 개운함. 퇴근 후의 소중한 체력을 아껴 투자해도 아깝지 않은 달리기만의 고유성이 있다.
인간의 유전자에는 '번식'을 제외한 나머지 과업에 에너지를 쓰지 않으려는 '최적화 알고리듬'이 있다. 하지만 나는 달리기를 오랫동안 지속하고 싶다. 그래서 다분히 의도적으로 나를 달릴 수밖에 없게 하는 구조를 세우려 한다.
마라톤 대회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4개월. 이 대회의 목표는 페이스 단축이 아니다. 달리기를 루틴으로 가져오기 위한 장치다. 다행스럽게도 러닝붐이 일어 마라톤 대회가 참 흔하다. 9월은 양양, 10월은 강릉. 독한 의지는 자신 없지만, 어쩔 수 없는 환경에는 그럭저럭 잘 적응하는 편이다. 나 같은 기질을 가진 러너가 있다면 일단 마라톤 참가비를 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