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9
러닝메이트인 아내가 몸이 좋지 않아 오늘은 뛰지 않았다. '소담촌'에서 소고기 샤브샤브를 든든히 먹고 이불을 일찍 폈다. 엎드린 채 '러너의 세계'를 읽었다. 지구는 넓고 뛸 곳은 많았다. 110k 코스를 뛰는 사람도 있다. 모로코 사하라 사막에서 진행되는 데저트 트레일은 며칠씩 지속된다. 한낮의 체감 온도는 50까지 치솟는다. 도대체 울트라 마라톤은 왜 하는 걸까. 그렇지만 나도 헬리콥터를 타고 중간지점에 내려 5km만 같이 뛰어보고 싶었다. 기온이 뚝 떨어진 사막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스프를 홀짝이면 좋을 것 같았다.
달리는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몸 안쪽에서부터 가려운 느낌이 들었다. 뭐라도 힘을 써야 간질거리는 기분이 해소될 것 같았다. 철봉을 잡았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어제 열 개씩 세 세트를 했더니 회복이 덜 된 모양이었다. 억지로 밀어붙이면 다음날 더 힘들어질 것 같았다. 근육 조직은 섬세하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미세하게 찢어져 있을 것이다.
'당기기'가 어려운 날에는 '밀기'를 해야 한다. 푸쉬업 바를 꺼냈다. 두꺼운 강철로 만든 단순한 물건이다. 양손에 하나씩 손잡이를 잡고 밀어보았다. 애 쓰지 않아도 몸이 들린다. 어제는 '밀기'가 안 되었는데 오늘은 된다. 오십 개씩 두 세트를 했다. 푸쉬업과 풀업은 홀수짝수처럼 번갈아 가며 할 수 있다.
추측컨대 내가 알지 못하는 패턴의 근육이 몸에는 많을 것이다. 스쿼트라던지, 런지도 있다. 그렇지만 무릎이 강한 편이 아닌 나는 하체 운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 러닝 페이스가 저조한 것은 그런 게으름 때문이겠지. 게으름은 장점이 있다. 적어도 오버페이스에 따른 부상은 없다. 며칠 쉬고 운동화 끈을 묶으면 뿌듯한 기분이 든다. 게으른 러너는 아직도 10km를 연속으로 달리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