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17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제주 여행을 했다. 두 딸과 아내와 함께 떠난 가족 여행이었다. 기존 여행과 차이점이 있다면 복장. 닷새 내내 러닝화 한 켤레를 신고 다녔다. 잘못된 방식이라는 것을 안다. 쿠션이 죽을 수 있으니 달릴 때만 러닝화를 신는 편이 좋다. 미끄러운 지형에서는 위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언제라도 아주 잠깐이라도 틈이 나면 뛸 수 있는 상태로 머물고 싶었다. 그 결과가 기능성 트레이닝 상하의와 러닝화였다.
단정하게 입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포기했다. 코트와 셔츠는 굿바이. 나에게는 달리기 적합한 복장이 우선순위였다. 외투도 아웃도어용 방한 재킷 하나만 챙겼다. 이미 다른 아이템이 모두 운동 목적이었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트레이닝복 차림에 드레시한 외투를 입을 순 없지 않은가.
웃긴 건 리조트 조식을 먹으러 1층에 내려갔더니 전지훈련 온 축구부 선수들이 대거 있었다. 주니어부터 U-15, U-18까지. 위아래가 검은 트레이닝복에 운동화 차림이 완전히 똑같아서 눈이 마주칠 때 서로 어색하게 웃고 말았다. 파이팅, 부디 부상 없이 좋은 성과가 있기를. 종목은 달라도 즐겁게 운동하고 싶은 마음은 같을 것이다.
초등학생 두 자녀를 대동하여 다니는 여행지에서 러닝을 위한 단독 시간을 빼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일정이 빡빡한 4박 5일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첫날은 오후 6시 20분에 제주에 도착했고, 마지막 날은 오전 8시 30분에 제주를 떠나는 비행기였다. 결국 순수한 달리기는 채 1km가 되지 못했다. 나는 서귀포 중문 일대 바닷길과 용두암 해안길을 아쉬운 눈길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말끔한 얼굴로 달리는 러너를 볼 때면 레슬링처럼 하이파이브를 하고 선수교체를 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마냥 논 것은 아니다. 숙소에서 푸시업 오십 번을 두 세트씩 하고, 코어운동을 오 분씩 했다. 성산일출봉에 오르고, 곶자왈 숲을 거닐었다. 걸음 수는 매일 만 오천보 이상 꾸준히 쌓였다. 뛰지 않는 날은 보강운동을 하는 날인 것이다. 그런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자꾸 났다.
금요일에 집에 와서 짐 정리를 한 뒤 저녁에 뛰었다. 거리는 3.3km. 페이스는 5분 56초. 여독이 남아 있으니 몰아붙이면 안 된다. 다만 몸에게 '이제 다시 슬슬 뛸 거야.'라는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 나의 정체성은 이제 삼 분의 일 정도는 체육인에게 자리를 내어 준 것 같다. 체덕지. 이 순서가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