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어쩌면 입원할지도 몰라요."
며칠 전부터 J는 입원한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급식 줄을 서면 손에 약이 들려있었다.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가 밥 먹고 30분 뒤에 복용하면 되는데 일부러 약을 덜렁덜렁 흔들어댔다.
"콜록콜록, 병원에서 폐렴이래요."
천식을 달고 게릴라전에 뛰어들었던 체 게바라처럼 비장한 목소리였다. 자기 몸 아픈 걸 온 동네에 소문내고 다니기에 덥석 안아줬다. 그제야 차분하게 줄을 섰다. 관심받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돌변했다. 수요일부터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급기야 입원하기 싫다는 의사를 비쳤다. 입원 홍보를 열심히 하던 그가 입장이 바뀐 건 금요일 과자집 만들기 때문이었다.
과자집 만들기는 아이들이 한 학기를 기다려온 미술 수업이다. 모두들 입안에서 달콤하게 녹아내리는 지붕과 창문을 만들고 싶어 안달이었다. 더구나 지난주에 모둠별 사전 협의를 거치며 구체적인 작품 계획이 모두 나왔다. 그림으로 미리 만난 과자집은 당장이라도 입에서 초코향이 나게 만들었다.
"아, 빨리 나아야 하는데. 진짜 나아야 하는데."
J는 입원 옹호자에서 건강염려증으로 돌아섰다. 밥은 남겨도, 약은 한 알도 빠뜨리지 않았다.
"선생님, J 데리고 삼척 병원에 갔다 올게요. 내일부터 입원할 수도 있어요."
목요일 오후, J 어머님의 전화를 받았다. 입원한다는 J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J는 거의 울 것 같은 동작으로 얼굴을 책상에 파묻었다.
"선생님 진짜 내일 과자집 만들기 할 거예요? 다음 주에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녀석은 현실을 부정하며 교실을 나섰다. 그런데 웬걸, 오늘 아침에 출근하니 녀석이 씨익 웃으며 앉아 있었다.
"쌤! 의사 선생님이 많이 나았대요. 약 좀만 더 먹으면 된대요."
J는 헨젤과 그레텔의 감옥을 만들었다. 그 감옥을 다 먹었다가는 당뇨병에 걸릴 게 분명했다. 폐렴보다 당뇨병이 낫다는 듯이 J는 앞니가 드러나도록 웃었다. 앞으로 소아과 의사는 환자에게 "다음 주에 과자집 만들기 수업이 있다던데." 같은 말로 치료하는 연구를 해 봐도 좋지 않을까. 당뇨병 전문의는 싫어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