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에 묻은 음식 맛보는 인생

[로또교실 03] 나눔의 맛은 달다.

by 이준수




소크라테스가 물었다.


"자네는 용기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이렇게 답하겠다.


"배고픈 날 친구에게 초콜릿 반을 떼주는 것입니다."


화요일 쉬는 시간. 아이들이 배가 고프다. 체육을 1, 2 교시 이어하고 나면 아침밥은 금세 소화가 된다. 교실에서 간식은 금지되어 있다. 체육을 마친 후 교실에서는 나의 눈을 피해 마이쮸와 츄파춥스가 거래된다. 나는 못 본 척해준다. 허기진 배는 이쪽도 사정이 마찬가지라 교무실에 빵이 있나 살피러 가야 할 시간이기 때문이다.


반짝.


지민이가 꺼낸 초콜릿 은박 껍질이 번쩍였다. 남학생 손바닥만 한 '가O 초콜릿'이다. 이안이가 눈치 없이 뛰어와서 손을 내민다. 손이 몇 번 더 위아래로 움직였다. 거래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지민이의 손은 잠깐 떨렸다가 콰직! 소리를 내며 갈색 덩어리를 반으로 갈랐다. 이안이는 아싸! 소리를 내었다.


'아차, 교무실에 먹을 게 있나 가봐야겠다.'


교무실에는 음식은 없었다. 교실로 올라오는 계단에서 지민이를 보았다. 손가락에 묻은 초코 가루를 먹고 있었다. 지민이는 더러운 짓을 하는 아이가 아니다. 초콜릿이 정말 맛있었을 것이다.


넉넉하지 않아서 더 좋을 때도 있다.


점심 메뉴에 껍질째 먹는 포도가 나왔다. 학생들은 3알, 나는 선생이라고 5알을 받았다. 지민이는 다른 반찬보다 포도를 먼저 다 먹었다. 내 식판을 흘끗 보는데 포도 쪽에 시선이 머물렀다. 식사를 마친 아이가 급식 검사를 받으러 왔을 때 포도 2알을 줬다. 그녀는 포도보다 더 싱그럽게 웃었다.


포도를 쥐었던 손가락에 포도즙이 묻었다. 입에 대고 맛을 보았다.


아주 달콤했다.






* 열흘 이내에 다른 사람과 음식을 나누어 먹은 경험이 있는가?


* 초콜릿을 손가락에 묻혀 먹어보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이 서른의 꼰대 입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