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

18.02.13

by 이준수

나이듦


소심하고 예민하고

우울했던 십대시절


고통으로 신음하는

이유조차 몰랐었다


알수없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밀려오면


겉으로는 조용하게

속으로는 벌렁대는

가슴팍을 억누르며

도망치듯 버텨냈다


근데문득 이젠그냥

마주해도 괜찮겠단

용기나서 돌아본다


지금까지 외면했던

검은장막 걷어내니

저아래에 상처받아

훌쩍이는 소년있다


그아이가 안쓰러워

쓰다듬고 안아준다


힘들었지 고생했다

그만하면 괜찮았다


울던소년 진정한다

나이듦이 싫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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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지 못했던 걸 아이에게 바라지 않기.


늘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나만의 약속이다. 나는 힘겨운 십대를 보냈다. 집에 돈이 많았으면 했고, 아빠처럼 운동도 잘 하고 활달한 성격이었으면 했고, 단순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기를 원했다. 그러나 부모님이 내 이름을 건 가게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계 사정은 비슷했고, 내성적이고 평범한 운동능력은 바뀌지 않았고, 세상의 복잡성과 어두운 면만 눈에 들어와 머릿속은 부글부글 끓었다.


이십 대 중반까지만해도 나는 악몽으로 십대의 꿈을 꾸었다. 식은땀이 흘렀고, 욕을 하고, 마구 싸우며 피를 보았다. 군 재입대보다 더한 괴로움이었다. 그러다 나이를 먹고, 가정을 꾸리면서 날카로움이 무뎌졌다. 지금도 가끔 십대 기억을 떠올리면 불쑥 시커먼 그림자가 나를 덮치는 느낌을 받는다. 7월의 태양빛이 강렬할수록 그늘이 짙은 것처럼 행복한 지금의 내 안에도 그림자가 구석에 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서른이 넘어 나를 온전히 안아줄 수 있었던 것 같다.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낀다. 내 아이에게도, 내가 가르치는 학생에게도 성급하게 욕심부리고 싶지 않다. 때가 되면 저절로 괜찮아지기도 하니까. 지금 당장 못 한다고, 밀어 붙이며 다그치고 싶지 않다.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라는 말. 나는 맞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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