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아침

18.02.20

by 이준수

완벽한 아침


삼미터밖 바깥공기

영하일도 내려갈때

보일러가 돌아가는

안방에서 눈을뜬다


내옆에는 세여자가

사이좋게 누워잔다

가운데에 엄마있고

오른쪽에 작은녀석

왼쪽에는 조금큰놈


잘먹어서 토실토실

살오르고 머리맡엔

밤에읽다 밀어놓은

그림책이 두권있다


아픈사람 하나없고

우린그저 출근날짜

어린이집 점심메뉴

정도만을 생각한다


홍차티백 설탕두개

우유섞어 밀크티를

마시고서 식사한다


현미밥에 브로콜리

찐양배추 달래넣은

된장찌개 소갈비찜


여기서뭘 더할것도

덜할것도 하나없는

숨쉬는게 감사한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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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영원히 반복되는 상상을 한다. 내 인생이 토씨 하나 바뀌지 않고 그대로 끊이없이 무한 반복을 하는 것이다. 돌고 도는 수레바퀴처럼.


나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하루를 잘 살아야 겠다고 다짐한다. 아주 열심히 살겠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을 깊게 느끼고 싶다는 것이다. 삶이 반복 된다는 생각은 십대 무렵부터 했는데 그때는 사는 게 힘들어서 그랬다. 지금과 같은 삶이 계속 된다면 사는 건 지옥과 다를 바 없고, 구원 따위도 없을 거라 믿었다. 삶이란 끔찍한 것이었다.


그러다 반전이 일어났다. 삶은 양면성이 있었다. 나이를 먹고 고통에서 벗어나자 행복이 눈에 들어왔다. 인생의 초반에 조금 고생하더라도 나아진다는 희망만 있으면 살만할 것 같았다. 살다보면 기록하고, 기억하고 싶은 멋진 순간들이 반드시 있었다. 나는 그런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글로 붙잡아 둔다. 그리고는 일종의 텔레파시 같은 걸 다음 생의 나(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에게 보낸다.


"나에게는 똥깡아지가 있어. 잠이 오면 잠을 자고, 배고프면 젖을 먹고, 마려우면 똥을 싸는 우리 연재 똥깡아지. 그러니까 절대로 삶을 놓지마. 9회말 투 아웃, 마지막까지 살아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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