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사냥꾼

18.03.08

by 이준수

평화 사냥꾼


아기에게 붙잡혀서

죽을뻔한 일이있다


평균초속 일센티로

배를밀어 전진하는

무시무시 사냥꾼은


이가없는 입을벌려

맨살덥썩 앙깨문다


첫공격은 실패하기

일쑤여서 사냥꾼은

같은공격 반복한다


물린부위 침흐르고

너무나도 간지러워

평화롭게 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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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워 죽겠다."는 사실적인 표현이었다. 나는 죽을 뻔 했다. 아기가 귀여워서.

둘째가 반 년을 살더니 '배밀기'라는 특수 기술을 익히게 되었다. 모든 의식과 에너지를 모아 초속 1센티미터로 배를 민다. 집중한 표정이 무시무시하기 때문에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느낌이 난다. 티라노사우루스는 나를 먹잇감으로 삼았는지 시선을 떼지 않는다.


나는 밤에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보고 멈춰 서버린 짐승처럼 놀라워서 가만히 있었다. 마침내 코 앞까지 다가온 티라노사우루스는 무시무시하게 깨끗한 잇몸으로 내 무릎을 물었다. 한 번 물어서는 성에 차지 않는지, 여러 번 입을 벌렸다가 다물었다. 나는 정말이지 죽을 뻔 했다, 사냥꾼이 너무 귀여워서.


사람들이 귀여워서 죽을 뻔한 경험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그럼 지금보다는 훨씬 덜 싸우고, 덜 미워하고, 덜 힘들어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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