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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수 Sep 16. 2018

언니야, 동생아 사이좋게 지내라

18.09.15

연우가 자꾸 연재를 민다. 연재가 못 버티고 뒤로 발라당 넘어져 머리를 바닥에 찧는다. 부모는 연재가 다치는 게 무섭고, 동생을 못살게 구는 언니로 크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연우를 혼낸다.


"이누움~ 시키! 누가 동생 밀래? 자꾸 그럴래? 빨리 사과해!"


지겹도록 반복되는 꾸지람 3단 콤보. 그런데 요새 자꾸 동생을 미는 빈도와 강도가 높아졌다. 다혜와 나는 사안이 발생하면 여전히 연우를 야단쳤지만 마음이 아팠다. 우리가 바라던 그림은 이게 아니었다. 따끔하게 뭐라 하면 금방 그치고 사이좋게 지낼 줄 알았는데 기대와는 반대로 움직였다.


둘째 출산을 앞두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나중에 첫째가 힘드니 첫째에게 잘 하라는 말을 지겹게 들었다. 지금이 그 시기인 것 같았다. 짐작컨대 이유는 두 가지였다.


우선 연재가 부쩍 커서 애교가 늘었다. 자기를 봐 달라고 가짜 울음을 짓고, 온갖 동작으로 부모를 기쁘게 한다. 첫정을 담뿍 받았던 연우 입장에서는 사랑이 쪼개지니 못마땅하리라. 또 한 가지는 실제적인 동생의 방해였다. 요새 연재의 기동력과 호기심이 동시에 증가했다. 언니가 놀고 있는 곳 어디라도 연재는 함께 하고 싶어 했다. 연재는 언니의 팬이자 안티였다. 연재의 거듭되는 껄떡거림이 싫었는지 연우는 자기 영역을 동생이 조금이라도 침범할라치면 레슬링 기술을 구사했다.


말귀 못 알아먹는 연재를 다그칠 수도 없고, 동생을 물리적으로 아프게 하는데 연우를 내버려 둘 수도 없었다. 다혜가 어린이집 원장님께 상담을 요청하니, 명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어머니 그거 애들 사이 서열 정리하는 거예요. 너무 위험하지 않으면 지켜봐 주시고, 연우가 억울한 상황이면 우선 연우 편 들어주세요. 자꾸 하지 말라, 이놈, 혼내면 동생 미워서 더 할 거예요. 자매니까 그 정도지 형제 키우는 집은 아주 그냥 전쟁이야."


말을 들을 때는 아! 하고 마음속 안개가 걷히는 듯하였으나 역시나 연재가 자빠지는 광경은 고통스럽다. 연재야 넌 맨날 넘어지면서 언니가 그렇게 좋니.


#헬멧을사야되나#아놔검색하니진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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