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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수 Sep 18. 2018

심야식당

18.09.18

요즘 <심야식당>에 푹 빠져있다. 애들 재우고 야밤에 어딜 싸돌아 다니냐고? 진짜로 나간다는 건 아니고 만화책이다.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만 여는 식당, 특별한 메뉴는 없고 재료가 있고 마스터가 할 줄 알면 시키는 대로 뭐든 내어주는 곳이다. 한 마디로 현실 세계에서는 내가 절대 못 들어가볼 가게다.


나는 귀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으니 퇴근하고 밤 문화를 즐기는 경우가 거의 없다. 가끔 저녁이나 먹으면 모를까, 왁자하게 사람 많은 데서 오래 있으면 쉽게 피로해져서 어지간하면 집에 있다. 그럼에도 또 관계를 맺으면 소수긴 하지만 오래 가는 편이라 가까운 이들끼리 담소 나누는 걸 매우 즐긴다. 심야식당에 나오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으로 식당에 와서 사연을 풀고 음식으로 위로 받는다.


나는 그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저런 회식 자리라면 절대로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밥보다 술을 먹어야 하고, 술이 결국 사람을 먹는다. 이야기는 사라지고 숙취와 망각만이 구토와 함께 올라온다. 만화책을 보다 보면 가끔 소량으로 술을 즐겨볼까 하는 흥이 일다가도 이내 고개를 젓는다. 이상은 이상으서 가슴 속에 남아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까탈스럽고 지랄맞은 내 성격을 알기에 그냥 무심하게 만화책만 넘기고 있다.


#다혜는맥주좋아함#죽맞는사람만나면일년에몇번술자리오래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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