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준수 Sep 19. 2018

뽁뽁이

18.09.19

연우가 뽁뽁이를 안고 잠들었다. 어린이집에서 뽁뽁이 터뜨리는 놀이를 했다는데, 그 후로 택배만 오면 뽁뽁이는 연우 차지였다. 어둠 속에서 간헐적으로 들리는 뽕, 뽕 소리에 내가 먼저 잠들어 버렸다.


뽀꾸, 뽀꾸


왠지 모르게 포근한 소리. 나도 어릴 때 뽁뽁이를 두고 동생과 치열하게 다투었다. 한 방이라도 더 터뜨리려고 공기 방울 갯수를 새던 기억이 난다. 뽁뽁이의 정식 명칭은 에어캡(air cap)이다. 원래는 충격에 약한 물건을 싸는데 쓰는 포장재였다. 최근에는 겨울철 창문에 붙이는 단열재로도 쓰이나 포장지 용도를 제외하면 놀이용도가 크다.


발명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사용자는 에어캡을 원하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연우는 백일무렵에 사준 순면 딸랑이를 레고 침대로 쓰고, 돌 선물로 사준 거북이 고무 블럭을 인형 모자와 신발로 쓴다. 지금이야 장난감이지만 좀 더 크면 책, 연필 같은 것들도 아이는 제 용도껏 쓸 것이다. 이것이 놀이 영역일 때는 상관없는데, 학습 영역으로 넘어가면 부모는 애가 탄다. 내가 얼마를 투자했는데, 너 하나 잘 되라고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데 따위의 말이 목구멍으로 올라오면 곤란해진다.


부모 의도대로 아이가 따라오지 않는다고, 기대한 만큼 아이가 반응하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말아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