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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수 Oct 02. 2018

세균대왕 이 닦기 대작전

18.10.02

나는 위아래 어금니 한 쌍이 영구치가 없다. 그래서 아직까지 금니로 덮어 사용하는 유치가 있다. 술을 몹시 즐기는 아버지 쪽이 건치인 반면, 술을 조금 마시는 외가 쪽은 이모, 엄마 모두 치아 상태가 별로다. 안타깝게도 나는 모계의 치아를 물려받았는데(모계 쪽 지성을 물려받았으니 등가교환 이상이라 만족함) 연우가 내 기질을 닮았기에, 이 걱정이 되었다.


열 번 가자고 말하고 열 번 기다리기, 강제로 들쳐 매기, 인형으로 살살 꼬드기기, 선물 약속하기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리고, 나쁜 생활 습관을 길러주는 부작용이 있었다. 무엇보다 성공률이 낮아 계속 시도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연우가 핑크퐁 치카송을 보다가 눈 가리는 장면을 포착했다. 까만 치아 세균이 꼬챙이를 들고 이를 쑤시는 대목이었다. 딱 걸렸어!


"으아아아! 연우 입 속에 세균 대왕! 세균 대왕이 공격한다!"


연우가 직접 치약 짜서는 위아래, 좌우로 칫솔을 벅벅 문지른다. 구석구석 칫솔짓 못한 부위는 아빠가 숨어 있는 악당을 소탕해주겠다며 나선다. 연우는 뒤를 잘 부탁한다는 믿음의 눈짓을 총총 보낸다. 비장하게 입을 벌리는 연우는 세균 대왕과 싸우는 전사였다.


세균 대왕이 오래도록 연우 마음에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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