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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수 Oct 03. 2018

그 맛있다는 칼국수집

18.10.03

오늘 점심이야 말로 한서방 칼국수에 가야 하는 날이었다. 어제 둘째 어린이집 입소 기념으로 스시 접시를 비운 탓에 고급스러운 음식이 땡기진 않았다. 그저 아침을 일찍 먹은데다, 가을이고 해서 뜨끈하고 푸짐한 음식이 먹고 싶었다. 이런 날에는 무조건 한서방 칼국수였다.


한서방 칼국수는 태백 통리재에 있는 맛집이다. 닭칼국수가 주력인데, 푹 우린 닭뼈 육수에 마늘을 아낌없이 넣어 국물이 진했다. 결대로 찢은 닭살코기와 울퉁불퉁 불균일한 면을 함께 끄집어먹으면 산닭의 기운이 솟았다. 그러나 태백까지 가기에는 우리 배가 몹시 굶주렸기에 차선책을 떠올렸다.


"미로에도 칼국수 잘 하는 집 있다던데, 닭발도 해주고."


다혜가 닭발이라는 말에 바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도경 사거리에서 핸들을 우측으로 꺾어 무작정 미로로 빠졌다. 상호도 몰랐다. 미로 읍내라 해봤자 좁으니 대충 가면 나오겠지 하는 똥배짱이었다. 미로면 진입 1킬로미터를 앞두고 네비게이션에 '미로생칼국수'가 떴다.

'오호라, 맛집이라 지도에 바로 나오는구나.'


미로 파출소 근처에 이르자 80년대 벽돌 양식 단층집이 나왔다. 낡은 간판이 없었다면 가정집과 혼동했을 것이다. 시골 맛집다운 패기가 느껴졌다. 칼국수 두 그릇을 시키고 닭발을 주문했더니 닭발은 안 된다고 했다. 대신 연우, 연재 주려고 감자전을 추가로 시켰다. 된장 베이스 국물의 투박한 국수가 대접에 나왔다. 들은 바로는 멸치 육수라 했는데 오늘은 된장인 모양이었다. 담백하고 깔끔했다. 시즌 메뉴라 생각하고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감자전은 두껍고 고소했다. 다혜와 나는 모두 만족하여 명불허전이라 손가락을 추켜세웠다. 다른 사람 평이 궁금하여 구글에서 미로 칼국수를 쳤더니 '청골식당'이 여러 건 떴다. 다들 닭발과 맑은 육수를 언급했다. 청골 식당을 키워드로 입력하고 나서야 미로 읍내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진짜배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혜는 배가 고파서 착각한 건 아니라며 우리의 미각을 옹호했다. 그러나 다음에는 청골 식당에 가보자는 걸로 봐서는 뒤끝이 개운치 않아 보였다.

미로생칼국수 사장님, 오늘 정말 맛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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