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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수 Oct 05. 2018

다행이다, 대장 내시경 수면으로 할 수 있어서

18.10.05

동인병원에 위, 대장 내시경을 예약했다. 비수면은 도저히 자신이 없어서 수면 내시경을 택했는데 보호자 동행이 필수였다. 습관적으로 "아내가 일을 해서..."라고 말끝을 흐리다가 퍼뜩 정신이 들었다. 다혜는 휴직 중이었다. 더욱이 10월부터는 연재까지 어린이집에 가기 때문에 3시 검사도 문제없었다.


수면 내시경은 검사 후에 약 기운 때문에 운전대를 잡으면 안 된다. 나는 다혜와 택시를 타고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아내가 보호자로 곁을 지킨다고 생각하니 든든했다. 우리는 법적으로 상호 보호자이지만 은연중에 내가 가장이니 나만 누군가의 보호자가 될 수 있다는 편견을 품고 살았다. 이번에는 아내에게 맡길 차례였다.


오후에 대장 내시경 하려면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서 장 비우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 어제 대장 내시경 하고 온 은표 형 말로는 죽음을 맛보게 될 것이라 하였다. 약 먹는 내내 변기와 엉덩이가 한 몸이 되어야 한다. 가스 차고 물똥 차고, 반나절 동안 나는 무력한 사람이 된다.


다행이다, 다혜가 있어서. 결혼하기 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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