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

11-12주/ 17.11.17

by 이준수

착각


애키우면 남자인생

종점이요 힘들다고

그러던데 진짜맞냐


미칠듯이 행복하고

죽을만큼 피곤하지


자고나면 그전날에

뻐근한거 까먹잖아


아침되면 또예쁘고

밤깊으면 괴롭다가

봄가을이 지나가지


그러다가 돌지나고

걷고뛰고 혼자놀고

평화롭고 그런거야


듣고보니 할만하네

초반에만 고생하면

된다는게 핵심이군


철모르는 총각놈의

웃는모습 뒤로하고

혼잣말로 내뱉었다


얼른빨리 결혼해서

너도한번 당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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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묻지 않는 게 나은 질문이 있다. 고통의 강도에 관한 질문이 대부분 여기 들어간다. 군대 힘들어? 결혼하면 힘들어? 애 키우는 거 힘들어? 시험 준비 힘들어? 무엇이라 대답할 것인가. 힘들지 않은 일은 없다. 모든 고통은 상대적이다.


결혼을 일찍 해서 그런지 육아가 어떠냐는 질문을 꽤 받는다. 나는 언제나 내가 느낀 대로 이야기해준다. 부정과 긍정 중 양자택일을 하라 그러면 긍정이라 그러고, 10점 만점 중 몇 점을 줄 거냐고 물으면 8점이라고 답한다. 그럼 대부분, "호오." "흐음." 같은 반응이 나온다. 육아는 지옥이라고 들어왔는데 내가 너무 후한 점수를 주니까 의외라는 것이다.


그다음은 자연스럽게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근거를 요구한다. 나는 원래 내가 선택한 것을 최고라고 믿는 성격이다. 그런 점에서 나한테 질문하는 것 자체가 좀 웃긴 건데 그걸 미주알고주알 밝힐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무난한 답을 들려준다.


"백일까지 난이도 10, 돌까지 난이도 8, 두 돌 되면 난이도 5. 그 이후에는 난이도 개념이 무의미하지."


아직 결혼은 커녕 여자 친구도 없는 친구 P군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냥 그가 계속 웃도록 내버려 둔다. 난이도 10이 뭔지 모르는 인간에게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다. 이건 친한 사이에서만 시도 가능한 덫이다. 나는 P군이 난이도 10에서 쩔쩔매며 제수씨에게 혼나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낄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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