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36주/ 18.05.07
실시간 행복
젊은날엔 젊은줄을
다모르고 사랑할땐
사랑인줄 몰랐었네
노랫말이 그러잖아
근데지금 여기우리
자기하고 사랑으로
낳은자식 함께있어
돌이켜서 아는사랑
추억하며 웃는청춘
그거말고 이자리서
만져지고 전율하는
진짜행복 이건가봐
행복은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습관 같은 것이다. 나는 서른 한 가지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 그런데 한꺼번에 많이 먹지 않는다. 패밀리나 하프갤런 사이즈는 가급적 피하고, 블록에 담긴 걸 사 먹거나 여의치 않을 때는 컵 사이즈를 고른다. 보드라운 아이스크림을 살살 긁어서 먹는다.
그날 기분에 딱 맞는 아이스크림 맛을 고르면, 산꼭대기에서 마시는 뜨거운 커피만큼이나 흡족스럽다. 내게 아이스크림은 행복의 아이콘 중 하나이고, 행복은 강도보다는 빈도라는 진리를 다시금 확인하게 해 준다. 한 방에 훅 들어오는 행복 말고 작지만 확실한 나의 행복.
나는 로또를 사지 않고, 비트 코인을 하지 않는다. 그런 걸 하면 스스로에게 '큰 한 방의 행복' 같은 걸 주문하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거대하고 강렬한 행복은 경험할 확률이 낮다. 큰 행복을 꿈꿀수록 나는 아직 행복을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 자주 머문다. 소소하지만 단단한 일상의 행복은 보잘것없게 느껴지게 된다.
아이를 키우면서 비슷한 생각을 한다. 아이가 '퍼펙트 걸'이 되어 다른 친구들을 압도하길 바라지 않는다. 영어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교우 관계도 훌륭하고, 수학도 잘 풀고, 유치원 때 중학생이 읽는 책을 소화하는 아이로 만들어, 서울대를 보내서, 돈을 왕창 벌어서, 잘 먹고, 잘 살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아이를 꿈꾸지 않는다. 양치 잘하면 하이파이브, 코 잘 자면 뽀뽀. 그런 것들이 자잘하게 있었으면 한다.
동해 바다만큼 큰 아이스크림 통은 내게 필요 없다. 끊임없이 밀려왔다가 발을 빼는 잔잔한 파도처럼 그때그때마다 즐겁게 한 컵, 그거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