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38주/ 18.05.14
칼퇴남
칼퇴근을 선호한다
언제저녁 언제한잔
술밥자리 잘안간다
이상한말 허세야만
편견무지 듣노라면
어지럽고 피곤하여
녹아내릴 것만같다
편한사람 동석해서
의미있는 이야기가
오고가면 좋겠으나
한국남자 집단문화
사회에서 그게쉽나
형님동생 술없으면
자리조차 없지않나
그럴바에 집에간다
내가 교사라서 가장 만족스러운 것 중 하나는 회식 2차에 안 나가도 잘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인사고과에도 별 상관이 없어서 우리 반 아이들한테 정성을 쏟고 수업 연구만 잘하면 된다.
사람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가리는 편이다. 훌륭한 사람을 만나겠다는 게 아니다. 느긋하게 이런저런 주제로 이야기 나누며 그만이다. 그러나 한국의 회식 문화는 개인의 취향을 존중받으면서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기에 적합하지 않다. 특히 아재들이 주를 이루는 자리에 가면 음주가무와 가십, 스포츠, 험담을 제외하고 나눌 얘기가 별로 없다. 거기에 자기 자랑까지 곁들이면 지옥탕에 유황불 마사지 추가다.
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오만 원 보다 다섯 시간이 열 배는 가치 있다. 사회생활 핑계 대며 귀한 자유 시간을 윗사람 아부하는 데 써버리는 건 슬롯머신에 현금을 박는 행위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기에, 이 한정된 자원을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 가치로운 일을 하는데 쓰고 싶다.
가족들과 모여 앉아 가자미 구이를 먹는 저녁 식사, 아이들 재우고 읽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한 챕터가 너무 귀중하다. 또 헤드셋으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들으며 쓰는 몇 줄의 글은 얼마나 감사한가. 회식 1차를 마치고 여덟 시가 조금 안 되어 집에 들어오면 딸들이 뛰어와 안긴다. 아빠 몸에서 고기 냄새가 난다고 코를 막는다.
딸의 잔소리가 좋다. 회식 3차까지 가서 네 발로 기어 들어오는 날에는 결코 들을 수 없는 높은 톤의 목소리가 나를 살아가게 한다.